[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부동산 금융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에서 가계부채 관리라는 거시적 목표 속에 실수요자들의 규제 사각지대와 공급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한 격론이 이어졌다.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학계와 전문가, 부동산 금융업계 등이 패널로 앉아 부동산 금융 정책을 토론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청년과 실수요자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대 청년 최 씨는 "청년을 위한 다양한 금융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정작 엄격한 소득과 자산 기준 때문에 도움받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며 사각지대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미래 소득 반영 등 노력하고 있으나 불합리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대출 규제의 기준이 되는 고가 주택 기준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 발언권을 얻은 백시정 부동산 온라인 카페 운영자는 "서울 평균 주택 가격이 15억원에 달하고 주요 단지 분양가가 이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과거 기준의 대출 제한은 돈 없는 시민과 2030 세대에게 불평등을 초래한다"며 가격 선 상향을 주장했다.
이에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현재 규제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이나 의료 등 분산을 통해 부동산 수요 자체를 다각화하는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요자 대출 규제 외에도 공급 금융을 둘러싼 지자체와 민간의 연쇄적인 공방도 이어졌다. 역시 국민대표로 참석한 백두진 서울시청 부동산금융팀장은 "사업성이 낮은 지역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은 건설사 대출 여력이 없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자 대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지자체 협의 가동이나 금융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해당 대책 관련 질문은 별도로 주시면 상세히 답변하겠다"고 했으나 자리에 참석한 패널들의 날 선 답변이 이어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시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은 결국 저렴한 서민 주택을 부수고 값비싼 아파트를 올리는 사업"이라며 "일반 청년이나 서민보다 특정 조합원들을 위해 대출을 더 많이 해달라고 지자체가 앞장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현실적인 공급 생태계 복원 측면에서 발언했다. 서 상무는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노후 아파트와 다세대 재개발·재건축뿐인데 사업성 문제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정부 공급 정책 핵심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늘리는 것이다. 정작 이런 곳은 소외되고 있다. 단순한 사업성 중심 시작에서 벗어나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차원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최전선에 있는 건설 현장의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대표로 한승조 메리츠캐피탈 팀장과 박병일 대광건영 대표는 각각 규제 지역의 공급 금융 완화와 규제 변동으로 파생된 실제 피해 사례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부의 금융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이중 박 대표는 "다음 달 입주를 앞둔 단지가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계약자의 40%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계약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시공사는 대위변제 길에 몰린다"며 "정부는 공급을 늘리라면서 정작 은행들은 총량 규제를 이유로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경기도 외곽 지역까지 획일적으로 묶어버린 수도권 규제 범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격론을 경청한 이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부동산 정책 수립의 복잡성과 고뇌를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문제는 마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쪽에서는 대출을 푸는 게 효과적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저마다 이유가 있다"며 "오늘 자리는 어떤 것은 판단의 영역이고 선택의 영역인지 하나씩 정리해 가는 과정이다. 국민 여러분도 오늘처럼 다양한 이슈나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서로 들어보며 문제를 더 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오늘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새롭게 느낀 점이 많다. 어떤 대목에서는 머리가 먼저 반응했고, 어떤 대목에서는 가슴이 먼저 반응하기도 했다"며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모아 오는 23일 열리는 대토론회에서 더 깊이 있고 충분하게 논의하겠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장 합리적이고 많은 분이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