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설립은 옛말"…증권사, 해외 진출 '지분 인수' 대세인 이유


NH투자증권, 인도 법인 설립 대신 현지 금융사 지분 투자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과거 지분 투자도 재조명

NH투자증권은 지난 9일 인도 현지 금융사에 1423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을 수정하고 있다. 과거 막대한 자본을 들여 현지 법인을 직접 설립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이미 고객을 확보한 우량한 금융사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인수합병(M&A)을 단행하는 실리주의 패러다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9일 인도 상장 금융그룹인 초이스그룹의 증권 부문 핵심 자회사 초이스에쿼티브로킹(CEB)에 1423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CEB의 2대 주주에 올랐다.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를 수반하는 전략적 행보라는 점이 특징이다. 투자 시점 지분율은 32.2%로, 보유 지분을 통해 향후 이사회에 참가하는 등 실질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이번 투자를 두고 대형 증권사가 신흥 성장국 진출 시 겪는 제도적 장벽과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인도는 금융 규제가 까다로워 외국계 증권사가 독자적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신규 법인을 안착시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에서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춘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는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H투자증권의 인도 현지 금융사 지분 투자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의 현지 알짜 지분 인수 사례도 재조명받고 있다. /더팩트 DB

현지 금융사 지분을 확보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증권사들은 또 있다. 지난 2023년 말 인도 현지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의 지분 100%를 약 5800억원에 전량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쉐어칸 지분 인수는 쉐어칸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300만명이 넘는 리테일 고객 계좌와 인도 전역의 영업 네트워크를 단숨에 확보하는 실리를 챙겼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홍콩, 런던 등에 독자 출자 형태로 현지 법인을 세운 과거와 달리, 현지 규제를 뚫고 법인을 신설하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인도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진입하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현지 당국 승인을 거쳐 자회사 편입까지 완료한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의 구조를 자산관리나 고액자산가 솔루션 등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변모시키는 후속 작업에 주력 중이다.

미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에 단독 법인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 역시 일찌감치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 우량 금융사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속도를 높인 증권사다. 무리하게 독자 법인을 고집하기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파트너의 손을 잡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부터 다지겠다는 복안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동남아 법인들은 안착 단계를 지나 질적 성장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베트남 법인은 설립 이래 최고 수준의 연간 실적을 갈아치우며 순항 중이고 인도네시아 법인 또한 현지 로컬 채권 발행 주관사로 두각을 나타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에 직접 법인 설립 대신 지분 투자 형태로 전략을 선회한 이유는 비용 효율성과 제도적 안정성이 꼽힌다. 해외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까지는 막대한 구축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미 검증된 현지 금융사를 파트너로 맞이하거나 인수하면 투자 즉시 기존 인프라와 라이선스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선진국 진출 시에는 단독 법인을 세우는 것이 정석이었으나 규제 장벽이 높은 신흥 성장국일수록 무리한 독자 진출보다는 이미 기반을 닦아놓은 알짜 매물을 선점하는 것이 리스크를 낮추는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실리를 쫓는 대형 증권사들의 글로벌 지분 확보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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