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은행이 올해 기업대출을 다시 늘리며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4%대로 올라서고 우리금융도 13%대 자본비율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자본 관리에 묶여 있던 대출 성장 여력이 확대된 영향이다. 부동산 관련 여신을 줄이는 대신 제조업과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재편도 병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85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순이익 5312억원과 비교하면 약 60%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9346억원보다는 약 9% 적지만, 중앙미디어그룹 관련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9000억원대 순이익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CET1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2024년 말 154조962억원에서 지난해 말 148조2474억원으로 5조8488억원 감소했다. 외형 성장보다 자본비율 방어를 우선한 결과다.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과 유형자산 재평가 효과가 더해지면서 자본비율은 크게 개선됐다. 우리은행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14.1%에서 올해 1분기 말 14.9%로 0.8%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을 줄여 RWA 증가를 억제한 데다 유형자산 재평가 차익이 자본에 반영되면서 대출 자산을 다시 늘릴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됐다.
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자본비율이 개선됐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12.9%에서 올해 1분기 말 13.6%로 0.7%포인트 올랐다. 주요 자회사의 토지 재평가로 세후 약 1조8000억원의 자본이 늘어나면서 CET1 비율을 약 0.6%포인트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재평가 효과를 제외한 CET1 비율도 약 13.0%로 추산돼 그룹의 중장기 관리 목표인 13% 수준에 도달했다.
자본 여력을 확보한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다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상반기 기업여신이 전년 말보다 약 8조원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으로는 기업여신을 약 12조원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기업대출을 축소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성장과 수익성 회복에 다시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1분기 말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150조111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8640억원 증가했다. 다만 기업대출 증가의 구성은 대기업에 집중됐다. 1분기 말 대기업대출은 34조72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6530억원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115조3910억원으로 7900억원 감소했다.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호대출도 5350억원 줄어든 42조723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방향은 엇갈렸다. 대기업대출은 1년 전보다 12.1%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4.4%, 소호대출은 8.3% 각각 감소했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을 다시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소호보다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용이한 대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성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업종별로는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자금 공급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1분기 제조업 대출 잔액은 40조152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614억원 늘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2024년 말과 비교하면 2조9821억원, 8.0%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 대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0조9515억원에서 13조351억원으로 19.0% 늘었다.
반면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1분기 말 35조554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591억원 감소했다. 2024년 말과 비교하면 7조3408억원, 17.1% 줄었다. 감소분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임대업 대출에서 발생했다.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줄이고 제조업과 산업금융 중심으로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제조업 대출 증가 역시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부동산 관련 여신을 줄이고 제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자금 공급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는다.
그동안 낮은 자본비율이 우리은행의 대출 성장을 제약했다면 앞으로는 늘어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자산에 배분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 이자이익 기반은 확대되지만 신용 RWA도 함께 증가한다. 대기업 여신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금리 경쟁까지 심화할 경우 대출 증가 규모에 비해 실제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다.
1분기 실적에서도 이 같은 과제가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51%로 전년 동기보다 0.07%포인트 상승했고 이자이익도 2조414억원으로 6.4% 늘었다. 그러나 제충당금순전입액이 3500억원으로 52.2% 증가하고 비이자이익이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은 5312억원으로 16.2% 줄었다. 마진과 이자이익 개선만으로 충당금 부담과 비이자 부문 부진을 상쇄하지 못한 셈이다.
기업대출 건전성도 변수다. 우리은행의 1분기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4%에서 0.38%로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2019년 우리금융 재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과 소호대출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지만, 대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는 기업금융의 수익 기반을 충분히 넓히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우리은행 실적의 관전 포인트는 기업대출을 얼마나 많이 늘렸는지가 아니라 증가한 대출에서 충분한 마진과 위험조정수익을 확보했는지 여부"라며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분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과 신규 대출의 평균 마진,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RWA와 대손비용 변화가 실제 수익성 회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