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가 결국 부동산 세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위해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방침인데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공급·금융·세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공개 대토론회를 주재할 예정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0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 실장은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제 전반에 대해서도 연구용역과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부동산 세수 중 보유세 비중이 낮은 만큼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보유세와 거래세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차원에서 같이 보고 있다"며 "집은 바잉(buying)이 아니고 리빙(living)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 하에서 실거주자 중심의 주택시장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세제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세수 대비 보유세 비중은 29.4%로 OECD 평균(56.0%)에 크게 못미친다. OECD는 부동산 과세를 거래세에서 보유세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가격 기반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달 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며 "세제, 금융, 규제, 공급을 정리해 조만간 한꺼번에 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세제 개편의 초점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보유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손질로 지속적인 매물 출회를 유도할 방침이다.
직접적인 보유세 인상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 기준이 되는 핵심 지표다. 주택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해 산출된다. 올해 현실화율은 69%로 4년째 동결됐다. 2023년 이후로 같았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라 인상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까지 맞물린다면 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 곱해 보유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비율로 2022년부터 60%로 동결이다. 이를 80% 안팎으로 높이면 세율을 그대로 둬도 실제 세 부담은 늘어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주택분 보유세는 현행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적용시 8조6995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비율을 80%로 높이면 보유세가 10조658억원으로 15.7% 늘어나고 95%를 적용하면 10조7726억원으로 23.8% 늘어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도 예상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1세대 1주택에 대해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12억원 초과주택도 10년간 거주한 뒤 팔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해주는 장특공제를 두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보유 기간만으로 최대 40% 공제가 가능하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향후 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 축소, 보유세 개편 등 세제개편이 추가로 이뤄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매물 출회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자산, 즉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는 당장 매도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보유세 부담을 새 매수자에 전가해 전·월세, 매매가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만을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취득, 보유, 양도의 전 생애주기 과세를 함께 설계해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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