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 직접 나섰다. 두 총수는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핵심 수장을 대동하고 미국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콘퍼런스'에, 최 회장은 뉴욕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각각 참석한다. AI 반도체 경쟁이 기술력에서 글로벌 고객사·자본 확보전으로 옮겨가면서 총수들의 행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먼저 이재용 회장이 지난 7일부터 오는 11일까지(현지시간) 참석 중인 선밸리 콘퍼런스는 1983년부터 매년 7월 열리는 사교 행사다. 글로벌 빅테크 사령탑들이 한자리에 모여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로도 불린다. 올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 한진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을 대동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사 수주가 실적을 좌우하는 파운드리 책임자를 동행자로 선택한 점에 주목한다. 네트워킹을 넘어 고객사와 공정 로드맵·첨단 패키징 등 실무 협의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사장의 동행은 삼성 파운드리의 반등 국면과 맞물린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온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달 월간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 기조를 안착시키려면 대형 수주가 뒤따라야 한다. 삼성은 앞서 테슬라로부터 22조7000억원 규모 AI 칩 생산 계약을 따냈고 엔비디아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자체 AI 칩을 설계하는 빅테크가 늘어난 만큼 이들 물량을 위탁생산으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이 회장이 방미 기간 구글,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 2나노 공정 협력을 논의하며 대형 계약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뉴욕을 방문했다. 최 회장 역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상장을 알리는 오프닝벨을 울린다. 상장기업 최고경영진이 직접 무대에 올라 글로벌 투자자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 조달 규모는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로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를 제치고 외국기업 미국 증시 사상 최대이자, 지난달 상장한 스페이스X에 이어 미국 기업공개(IPO) 전체 역대 두 번째에 오른다. ADR은 10일 나스닥에서 종목코드 'SKHYV'로 임시 거래를 시작해 13일 'SKHY'로 정규 거래에 들어간다. 공모는 14일 마무리되며 조달 자금은 용인·청주 반도체 공장 건설과 첨단 생산장비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미국 증시 상장은 SK하이닉스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로 읽힌다. 그는 올해 초 저서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썼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파운드리 수주라는 실적 과제를, 최 회장은 기업가치 재평가라는 자본시장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AI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목표는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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