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캐나다 정부가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 경쟁자였던 대한민국의 한화오션은 빠른 납기와 경제협력 패키지를 앞세워 막판까지 총력전을 벌였으나 결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TKMS를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는 발표 30분 전 우리 정부에도 한화오션의 탈락을 알렸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도 발표 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TKMS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알리며 "TKMS는 사업 기간 동안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에 860억 달러를 추가하고, 65만 개 이상의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캐나다는 기존 나토 동맹국들과의 협력관계, 독일의 나토 상대 잠수함 공급 이력 등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정학적 고려'와 절충교역 등 '경제적 혜택'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정부는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 능력에 50%, 잠수함 성능에 20%, 비용 15%, 경제적 혜택 및 전략적 가치에 15%의 비중을 평가 기준으로 밝혔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한화오션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임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 결과는 전적으로 한화오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가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비와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한화로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오션과 독일 TKMS가 최종 경쟁을 벌이며 국내 방산업계에서도 최대 해외 수주전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방산업계에서는 수주전 초기부터 독일이 다소 유리하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TKMS는 잠수함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로 독일 해군은 물론 다수의 NATO 회원국에 잠수함을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 역시 NATO 핵심 회원국인 만큼 장기간 운용과 군수지원 체계, 안보 협력 측면에서 동맹국 기업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사업에서 산업기여도와 현지 공급망 구축, 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제시하면서 한화오션도 막판까지 캐나다 현지 기업들과 잇달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KSS-Ⅲ 배치-Ⅱ(장영실급)를 제안과 함께 7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무역 확대, 연평균 2만5000개 일자리 창출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에 막판에는 한국이 독일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승리를 끝까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잠수함 수주 발표 전 상황을 "50대 50"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NATO 동맹 기반의 전략적 신뢰와 기존 운용 경험을 앞세운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독일 측은 발표 직전까지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우위를 자신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역내 방산 협력과 기존 안보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한국 기업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을 갖추고도 유럽 방산 강호들과의 경쟁에서 쉽지 않은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인 '오르카(Orka)' 사업에서 스웨덴의 샤브에 밀려 최종 수주에 실패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경우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차순위인 한화오션과의 협상이 다시 개시된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세부 계약 조건을 협의한 뒤에 본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