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제동…물적분할 IPO, 주주동의 없인 어렵다


중복상장 원칙적 억제…모회사 이사회 책임도 강화
해외상장도 동일 기준 적용…우회상장·스팩 합병까지 심사

앞으로는 물적분할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면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중복상장 문턱이 한층 높아진다. /뉴시스

[더팩트|윤정원 기자] 앞으로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면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주주 소통 등 절차적 의무가 새롭게 부과된다.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억제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쪼개기 상장'의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원칙 금지, 예외 허용'…물적분할 IPO 주주동의 의무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억제하되 강화된 심사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중복상장은 주권상장법인인 모회사가 종속회사 등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를 말하며, 자회사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이나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추진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간 중복상장은 일반주주 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에 중복 반영되는 이른바 '더블카운팅'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자회사에서 모회사로 이어지는 배당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 주주가 기대한 이익을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유지가 우선될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기 어려운 구조도 '모회사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혀 왔다.

가이드라인은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보호 의무와 자회사 상장심사 기준을 구체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요건이다. 상장사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동의가 필수다.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투자자 보호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주주동의 기준도 구체화했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주주 보호방안 등에 찬성해야 한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제외되며 3%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초과분이 의결권 계산에서 빠진다.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 3% 초과 여부를 따진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한국거래소

◆ 이사회 책임도 커진다…해외상장까지 같은 잣대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도 한층 무거워진다.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따른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후 주주와 소통하거나 주주총회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주주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친 뒤에는 주주 의견과 동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회사 상장 찬반을 의결하고 그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한다. 관련 내용은 공시 대상에도 포함된다. 주주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사유 역시 함께 공시해야 한다.

이 같은 의무는 자회사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해외 상장을 통한 중복상장에도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주주 소통과 공시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이사회 내부 의사결정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최종 찬반 결의에 앞서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독립이사가 맡거나 독립이사와 외부 전문가가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주주 보호방안 역시 선언적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거래소는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신사업 투자와 수익성 개선 등 모회사 가치 제고 방안과 일정 기간 다른 사업 분할이나 다른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보호방안은 이행 시점과 수단,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실현 가능한 계획이어야 한다.

◆ 일반 자회사도 심사 강화…우회상장·스팩 합병도 적용

물적분할이 아닌 일반 자회사의 중복상장은 주주동의를 받은 경우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노력을 다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주주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자금 조달 필요성과 산업적 특성,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 형성 배경, 자회사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소가 개별 심사한다.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도 핵심 심사 요소다. 거래소는 자회사의 주요 제품·서비스와 매출처, 사업모델이 모회사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들여다본다. 자회사가 모회사의 기술이나 브랜드, 고객 기반, 판매망 등을 그대로 이전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독립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자회사 매출이나 매입의 50% 이상이 모회사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도 영업 독립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심사 대상은 신규 상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권상장법인이 종속회사 등을 신규 상장하는 경우는 물론 상장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의 우회상장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우회상장이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사실상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중복상장 심사 기준이 적용된다.

일부 저비중 자회사에는 예외를 뒀다. 거래소는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자회사에 대해서는 주주동의 절차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세 가지 항목이 모두 10% 미만이더라도 예상 기업가치가 모회사 대비 10%를 넘는 등 중요 자회사로 판단되면 저비중 특례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단순 인적분할로 신설법인을 상장하는 경우나 자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모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등은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일반 상장에 적용되는 공통 질적심사 기준에 따른 심사는 그대로 이뤄진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재도 뒤따른다. 모회사 이사회가 중복상장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자회사를 상장하면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 위약금이 부과될 수 있다. 위약금이 부과되면 매매거래정지 사유에도 해당한다.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금 부과나 불성실공시 지정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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