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2·3조(이하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결정이 잇따르면서 철강·조선업계의 노사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시즌이 본격화되고, 노동계의 성과급 확대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하투(夏鬪)'는 예년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등 제조업 원청 기업에 대해 사내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따라 원청 기업들은 기존 정규직 노조뿐 아니라 하청 노조와의 교섭 부담까지 안게 됐다.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오히려 노사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확산된 '성과 공유' 요구가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청노동자들도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교섭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한화오션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으로 인한 노사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중노위는 최근 한화오션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업체인 웰리브지회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웰리브지회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경남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2일 조정회의를 개최했으나 쟁의조정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양 지회는 찬반투표를 열고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조의 원청 직접교섭 요구와 정규직 노조의 임단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며 파업권을 확보했다.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90.61%다. 현대제철비정규직 당진·순천지회와 현대제철내화조업정비지회는 지난달 현대제철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같은 달 24일 이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2000여명이 결의대회를 벌인 바 있다.
포스코는 협력업체 직원 7000명 직고용과 임단협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노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현재까지 세자리수 이상의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채용했으며 연내 약 7000명 규모의 직고용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직고용 방식을 둘러싸고 노노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하청 노조는 직고용 전환자를 별도 직군(S직군)으로 채용하는 방식에 반발하며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존 정규직 노조는 대규모 직고용에 따른 임금체계와 복지, 인사제도 변화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노조법 개정으로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성과급 요구와 직고용 문제, 임단협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노사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성과 배분 요구가 커지고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글로벌 수요 둔화 등 업황 부진 속에서 임금 인상 요구까지 겹쳐 부담이 더욱 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 이후 원청의 교섭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임단협 외에도 추가 협상 부담이 생겼다"며 "원청 사용자성 문제와 더불어 성과급 문제까지 한꺼번에 논의되는 만큼 올해 하투가 여름을 넘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