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뜬다"…금융권, 체크카드로 충성고객 확보전 '점화'


소비심리 위축 신상품 출시…체크카드 시장 '후끈'
신용고객 전환 기대감↑…핀셋 마케팅 드라이브

바닥경제에 냉기가 맴도는 가운데 금융권이 체크카드 사업에 힘을 주며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바닥경제에 냉기가 맴도는 가운데 금융권이 체크카드 사업에 힘을 주며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체크카드는 소비자 부담이 적어 충성고객 확보에 유리한 데다, 향후 신용고객으로 전환 가능성도 열린 만큼 마중물이라도 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전통시장 특화 체크카드인 '시장愛 온'을 출시했다. 전통시장과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에서 15% 할인 혜택을 탑재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디저트·커피전문점에서도 5% 할인을 제공한다. 통합할인 한도는 전월 실적에 따라 월 최대 2만원 수준이지만, 별도의 연회비를 받지 않는 만큼 소비자 부담은 없는 수준이다.

경쟁사의 핀셋마케팅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KB국민카드는 배달라이더와 대리기사 등 긱워커를 겨냥한 'KB On the Go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주유·커피·패스트푸드 할인과 통신비·보험료 혜택을 담았다. 이어 NH농협카드는 배우 박지훈을 모델로 내세운 'zgm 저장체크카드'를 공개했다. 온라인결제와 디지털 콘텐츠 할인에 더해 국제공항 라운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잠잠하던 체크카드 시장에 불이 붙었다. 통상 체크카드는 이자·수수료 수익이 미미해 카드사 입장에서 '돈 안 되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시기에는 오히려 전략 상품으로 부상했다. 무리한 신용 혜택보단 손에 쥔 자금 안에서만 계획적으로 소비하려는 절제형 소비심리가 확산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107.0) 대비 7.8포인트(p) 급락했다. 지난 2025년 4월 93.6을 기록한 이후 1년만에 또다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다음달인 지난 5월에는 106.1로 6.9p 반등했지만, 유가 인상 등 변수에 따라 언제든 두 자릿수로 떨어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소비자심리지수란 소비자동향지수 6개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일종의 심리지표다. 100을 초과하면 기대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지만, 100에 미만이면 소비심리가 쪼그라들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수익성을 제외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체크카드의 장점은 뚜렷하다. 우선 리스크 없이 고객을 유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신용카드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금을 먼저 지급한 뒤 소비자에게 돌려받는 구조다. 일종의 대출 상품인 셈이다. 그 사이 카드사는 필요한 운영자금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하고 이자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체크카드는 결제와 동시에 소비자 계좌에서 대금이 빠져나간다. 카드사가 별도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만큼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에서도 자유롭다. 설령 신규 유입된 고객이 혜택만 누리고 이탈하는 '체리피커'라도 유지 비용이 낮은 만큼 매몰비용도 크지 않다.

체크카드로 확보한 고객은 향후 신용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경우 체크카드 고객을 보험 계열사 상품으로까지 유도할 수 있다. 과거 창구에서 대출 등을 조건으로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영업은 금지돼 있지만, 통합 플랫폼을 통해 체크카드 고객에게 보험·투자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홍보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이 '슈퍼앱'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주계열 카드사를 중심으로 체크카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지주계열 카드사는 그룹 내 은행의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어 사업 운영 부담이 낮다. 반면 비(非)지주계열 카드사는 자체적으로 예금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별도의 연결 계좌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체크카드 자체의 수익성도 낮은 만큼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장점이 크게 희석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업카드사 8곳(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현대·롯데·비씨카드)의 개인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35조979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금융지주 계열 4곳의 승인잔액은 34조7200억원으로 전체의 96.5%를 차지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 상품은 수익성이 없다. 그러나 지주계열 카드사는 부담 없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체크카드 고객이 단 10%만이라도 충성고객이 되면 이득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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