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레버리지발 변동성 확대라는 '삼중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상반기 내내 누적된 외국인 매도 압력이 하반기 들어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기업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급과 환율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증시 불안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10시 3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2.36%(180.78포인트) 내린 7467.31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966억원, 749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홀로 1조2013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부터 누적된 외국인 매도세는 하반기 초반에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약 148조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99조원, 35조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역대급 외국인 매도 압력이 계속 누적된 셈이다.
매도 강도도 갈수록 거세졌다. 외국인은 2월 21조1000억원, 3월 35조5000억원, 5월 44조5000억원, 6월 48조4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특히 5~6월 두 달 동안에만 약 92조9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지난달 29일에는 하루 7조7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일일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상반기 삼성전자를 약 72조6000억원, SK하이닉스를 약 57조1000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두 종목 순매도액만 약 129조7000억원으로 상반기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액의 87%를 웃돌았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투톱'이 외국인 차익실현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핵심 대상이 되면서 시장 충격도 더욱 커졌다.
최근 변동성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개인 투자자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까지 겹치며 수급 쏠림이 심화됐고, 이는 지수 변동성을 한층 키웠다는 분석이다. 상승장에서는 상승폭을 확대했던 레버리지 자금이 조정 국면에서는 반대로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9원 오른 1555.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달 월평균 환율도 1527.9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이후 약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환차손 부담을 키우는 대표적인 변수다. 실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5~6월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에서 1550원대로 급등했다. 외국인이 빠질수록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를수록 외국인 매도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외국인 수급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는 실적보다 수급과 환율에 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 주체가 개인에 편중된 만큼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지수의 낙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증권가는 기업 실적이 시장의 마지막 버팀목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2분기 실적, 미국 M7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 회복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적 전망은 양호하다.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월 말 222조원에서 지난달 말 22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910조원에서 940조원으로 높아졌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2% 증가한 78조9680억원, 영업이익은 62.3% 늘어난 61조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도 삼성전자가 메모리 가격 강세와 원화 약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전트 AI 모델은 기존 AI 대비 토큰을 1만배 소요하는데다, 모델 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로 인해 10초만에 생성되는 전 세계 토큰량은 300억개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실적 개선만으로 외국인 수급과 환율이라는 두 변수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픈AI 기업공개(IPO)가 예상만큼 흥행하지 못하는 등 이유로 AI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