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호남권 투자, 노조 변수 생기나…초기업노조 "협의체 제안"


"조합원 처우 뒷받침돼야"…성명문 발표
노란봉투법으로 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

최승호 초기업노조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오전 회의를 마친 뒤 식사를 위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정부·회사와 함께 논의하자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회사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놓고 최대 노조가 노사정이 함께 앉는 협의의 장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대규모 투자 같은 경영 판단에까지 의견을 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일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업노조 입장'이라는 성명을 냈다. 노조는 정부와 회사,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는 협의의 장을 만들자며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국가적 과제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삼성과 SK그룹이 호남 투자 구상을 공개한지 이틀 만에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지역별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이 회장은 광주를 신규 반도체 단지 후보지로 꼽았고, 삼성전자는 광주에 반도체 팹 2기를 짓는 데 4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튿날인 30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김대중컨벤션센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투자양해각서를 맺었다.

노조가 경영 판단인 투자 계획에까지 대화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연쇄효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쟁의 대상을 근로조건 결정뿐 아니라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넓혔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경영상 결정이라고 곧바로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결정만 노동쟁의 대상이 되고,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수준에 그치면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투자 계획에 초기업노조는 법적 교섭요구가 아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초기업노조는 성명에서 속도전을 경계했다. 노조는 라인 하나를 돌리려면 부지 선정과 인허가, 전력·용수 확보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며 서두르기보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먼저라고 짚었다. 인재를 붙잡기 위해서는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람을 구한다는 '천금매골'의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번 노조 제안의 배경은 조합원 처우와 정주 여건이다. 노조는 "모든 것의 근본에는 사람이 있다"며 조합원이 일할 현장의 산업 안전과 주거 환경, 인프라, 처우가 투자와 나란히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조가 그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호남 팹이 가동되면 근무지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조합원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으로 직원이 이동할 경우 직원의 조건과 처우가 조합원들의 관심사가 될 수 있어서다.

초기업노조의 제안이 나온 시점은 최승호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재신임 투표를 통과한 다음날이다. 최 위원장은 2026년 임금협상 결과를 책임진다며 오는 2027년 협상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해 진행하겠다고 내세웠다. 초기업노조는 전체 과반노조 지위를 잃었지만 올해 총파업까지 불사하려 했던 만큼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사업 전반에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초기업노조의 협의체 제안이 조합원 처우 문제와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노사간 임금·처우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협상에 진통을 겪은 가운데 메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도 노사 협의 과제를 안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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