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은행권이 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을 중단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상호금융권에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총량규제, 비조합원 대출 제한 등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가 이뤄진 만큼 일선 금고와 조합에는 여전히 냉기류가 감지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이 MCI와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접수를 제한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1일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MCI·MCG 가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5대 시중은행 중 세 곳이 잇따라 모기지보험 가입을 막았다.
은행권이 MCI·MCG 가입 제한 카드를 이른 시기에 꺼내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에 선제적 자율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관리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사를 매주 점검하는 비상관리 체계를 가동했다. 5대 시중은행에 부여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0.59~0.71% 수준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하반기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15억원 미만 주택의 상한을 6억원으로 못박은 상황에서 MCI·MCG 제한이 이뤄질 경우 한도가 추가로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반기 집사기 위해 돈 빌리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MCI와 MCG는 주담대 실행 시 함께 가입하는 보증성 보험이다. 주담대 한도 산정 시 세입자 보호를 위해 이른바 '방공제'로 불리는 소액임차보증금을 먼저 차감한다. 1주택 실거주자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MCI·MCG에 가입하면 해당 금액을 빼지 않아 대출 금리와 함께 한도를 높일 수 있다.
소액임차보증금은 서울 5500만원, 경기도 등 과밀억제권역 4800만원, 부산·대구 등 지방 광역시 28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2500만원이다. 가입이 막히면 서울에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고 싶은 매수인이 받을 수 있는 한도가 5500만원 줄어드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MCI 가입 중단을 계기로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3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3조5000억원 중 상호금융권이 2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은행권 규제가 강해질 때마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신협·새마을금고·농협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연초부터 주담대를 걸어 잠그고 있는 만큼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월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분양잔금)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비회원 대상 주담대 신규 취급도 금지했다. 주담대 우대금리 제공도 폐지해 금리 경쟁력도 낮췄다.
농협은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1%를 넘은 농·축협을 대상으로 비조합원·준조합원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신협은 모집법인과 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을 막았다. 가계대출 증가율 한도를 초과한 조합에는 비조합원 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이른바 '3종 세트(MCI 차단·비조합원 대출 제한·모집인 대출 차단)'를 운영 중이다.
상호금융권은 신용대출도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정책자금 대출 위주로 2000만원 안팎에서만 취급하는 구조다. 사실상 주택 구입 자금으로 빠져나갈 경로가 차단된 셈이다.
하반기에는 상호금융권의 MCI 추가 중단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현재 MCI 가입 중단을 공식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은 조합별 관리 수위에 따라 추가 제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주담대를 받으려는 실수요자와 일선 금고·조합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권까지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 하반기 잔금 마련에 나선 무주택자나 분양 계약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나빠진다. 일선 금고와 조합 역시 소액 대출 수요조차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먹거리에 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일선 이사장들 사이에선 제발 풍선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농담도 나온다"라며 "역대급 가계대출 긴축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대출을 조인다고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전히 수익성을 놓고 고민이 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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