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유럽연합(EU)이 1일(현지시간)부터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우리 정부는 EU와의 막판 협상을 통해 한국산 철강의 무관세 관세할당(TRQ) 축소 폭을 당초 우려했던 46%를 훨씬 밑도는 19.7% 수준으로 방어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주요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철강 조치'를 발표했다. 7월 1일부터 철강 30개 품목에 대해 기존 연간 3382만t이던 TRQ 쿼터 물량을 1835만t으로 46%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할당량을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기존 25%보다 두 배 높은 50%의 관세를 부과한다.
이번 조치에는 국가별 배정 전용 TRQ 외에 특정 국가에 배분하지 않고 수출국끼리 경쟁해 확보할 수 있는 '공용 쿼터'도 신설됐다. 공용 쿼터는 품목별로 EU 시장 점유율에 따라 별도로 설정되는데 한국 기업들이 접근 가능한 공용 물량은 총 연간 147만 5100만t이다. 공용 물량 전체를 한국 기업이 선점하면 무관세 쿼터는 최대 354.8만t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EU와의 협상에서 한국이 EU와 FTA를 체결한 첫 아시아 국가이자 현지 자동차·배터리 산업의 핵심 철강 공급국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협상 끝에 한국산 철강의 국가별 전용 TRQ는 기존 258만1000t에서 207만3000t으로 조정됐다. 감소율은 19.7%로, EU 전체 무관세 쿼터 감축 폭인 46%를 크게 밑돌아 주요 철강 수출국 가운데서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도 이번 결과를 두고 한국이 외교를 통해 비율을 많이 낮춘 것을 고평가했다. 당초엔 한국에도 EU 전체와 동일한 수준의 쿼터 감축이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협상 결과는 우리나라의 쿼터 감소폭을 최소화하고 주요 경쟁국 대비 양호한 수준의 무관세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EU 시장에서 기존 거래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도 예측 가능한 수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 불안 요소도 계속되는 만큼 향후 상황을 신중히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쿼터 폭 46%를 일괄 적용받지 않고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경쟁국 대비 선방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무관세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맞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줄어든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 수출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국내 철강업 내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고환율 등 구조적인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때문에 정부 차원의 업계 지원 등이 따라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도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자동차·조선·방산 등 전방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