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은 이차전지 수요…K-배터리·소재 업계 반등 예고


5월 EU 전기차 판매, 전년비 39.1% 증가
미국향 ESS 수요 여전…실적 반등 기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 LG에너지솔루션

[더팩트 | 박성호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부진을 겪던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은 듯한 신호가 감지됐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상반기 반등세를 이어가고,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지속해 늘어나고 있다. 내년에는 이차전지 업계의 실적이 일제히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26만8000대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39.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전기차 판매 반등세는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1~5월 EU의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95만5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6% 뛰었다. 이에 따라 EU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5.4%에서 20%까지 확대됐다.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부담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강화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동시에 독일 등 주요국은 전기차 보조금 제도 및 인센티브를 부활했다. 구매 보조금 및 취등록세 감면 등을 통해 전기차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게다가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자 전기차로 눈 돌리는 소비자가 늘었다. 전기차를 불신하던 이들조차 기름값 부담에 전기차를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EU 외 선진국에서도 포착된다. 1~5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3% 급증했고, 주춤하던 중국도 5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6% 늘며 반등에 성공했다.

부진했던 전기차 판매가 반등함에 따라 국내 배터리 및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및 이차전지 소재 기업 대다수는 전기차 사업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자, 배터리 3사는 물론 소재 기업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세계 2위 전기차 소비 지역인 EU는 꾸준히 우상향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0% 내외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엔 유럽에 판매되는 신차 3대 중 1대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와 에코프로비엠은 유럽 현지에 공장을 구축했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는 배터리 3사에 소재를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유럽에 본거지를 둔 주요 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기차 사업이 주춤한 미국에서는 ESS가 배터리 수요를 대체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필요성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미국 ESS 신규 설치량은 역대 최대 수준인 57.6GWh에 달했다. 올해 1분기 ESS 설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뛴 9.7GWh였다.

이에 미국에서 전기차 위주 사업을 펼치던 배터리 3사는 ESS 수요 확보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최대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총 6GWh 규모, 약 2조4000억 원(16억 달러) 상당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 또한 최근 2조원대와 1조5000억 원대의 ESS 공급 계약을 연달아 따내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웠다.

SK온도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과 2조 원 규모 ESS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하는 등 신사업 개척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ESS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7년부터는 ESS 설치가 본격화하며 실적으로도 증명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상업용 전력수요가 주거용 전력수요를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라 ESS 중요성이 커졌다"며 "미국 ESS 수요를 국내 배터리 3사와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흡수하며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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