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입지를 둘러싼 지역 유치전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충남이 가장 강력한 후보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혁신도시 지정 이후 공공기관 이전이 한 건도 없는 데다 전국 가동 석탄화력발전기 중 절반 가까이가 충남에 몰려 있고, 석탄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명분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충남도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5사 통합 논의가 구체화하면서 통합 본사 입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남은 한국전력과 전력그룹사가 모인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집적 효과를 내세워 유치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충남 역시 국가 전력수급을 위해 발전소를 집중 수용해 온 데다 탈석탄에 따른 지역 피해를 떠안을 곳이라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명분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충남은 그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화력 설비를 수용해 왔다. 태안화력 1호기 폐지분을 제외한 전국 가동 석탄화력발전기 60기 가운데 충남에는 약 절반에 가까운 28기(46.7%)가 몰려 있다. 경남 14기, 강원 10기, 인천 6기, 전남 2기보다 월등히 많고 2위인 경남의 두 배다.
현재 태안화력 2~10호기 9기, 당진화력 1~10호기 10기, 보령화력 3~8호기 6기, 신보령 1·2호기, 신서천 1호기 등이 가동 중이다. 중부발전과 서부발전 본사는 각각 보령과 태안에 있고, 동서발전은 울산에 본사를 두고 당진화력본부를 운영한다.
더욱이 태안과 보령은 대표적인 인구감소지역이다. 석탄화력 단계적 폐지와 함께 중부·서부발전 본사 기능까지 통합 과정에서 축소되면 지역경제 위축과 인구감소 심화라는 이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전남이 많이 언급되지만 화력발전소가 가장 많고 폐지 영향도 큰 충남에 통합 본사가 들어서야 한다"며 "석탄화력 폐지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분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충남도는 아직 구체적인 입지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내포는 공공기관 이전 공백을 안고 있어 균형발전 명분도 갖췄다.
충남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세종시가 충남 관할 기초자치단체로 출범하는 방안이 전제되면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세종시가 별도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하면서 충남은 2020년에야 혁신도시로 지정됐지만,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충남도는 화력발전과 석유화학, 철강 등 고탄소 산업이 밀집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후·에너지·환경 기능군을 중점 유치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에 지속 건의해 왔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포신도시 내 업무용지 등을 포함해 약 6만8000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통합 청사 신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하면 다른 혁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시 확장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충남도의회는 지난 23일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유치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며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남도는 도지사 당선인 준비위원회에 유치 필요성을 보고한 데 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 중부·서부·동서발전 노조 측과 소통하며 유치 당위성을 다듬고 있다.
나주와 진주, 울산, 부산, 세종 등도 통합 본사 후보지로 거론된다. 나주는 한국전력 본사와 한전KPS·한전KDN·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대가 모인 빛가람혁신도시의 집적 효과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전남은 신안·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을 앞세워 에너지 전환 거점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진주는 한국남동발전 기존 본사 청사를 활용해 이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울산은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에너지공단·한국석유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공공기관 연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부산은 한국남부발전과 에너지·해양·금융산업 시너지를, 세종은 중앙부처 접근성을 각각 강조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들 지역은 전력·에너지 공공기관과 대기업, 산업 기반이 자리 잡아 통합 본사를 추가 배치할 국가균형발전 명분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발전소와 사업장이 전국에 퍼진 발전공기업 특성상 이미 공공기관이 모인 지역보다 석탄화력 폐지와 본사 기능 축소가 겹치는 충남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변수도 거론된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충남은 발전소를 가장 많이 수용해 왔고 통합 과정에서 기존 본사 기능 축소 가능성까지 안고 있어 명분이 뚜렷하다"며 "충청권이 주요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로 평가되는 만큼 정부의 균형발전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전5사 통합 방식과 기존 본사 기능 배분, 공공기관 2차 이전과의 연계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통합 본사 최종 입지는 정부의 발전공기업 개편안과 균형발전 정책 방향이 구체화돼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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