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주식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3거래일 만에 다시 발동됐으며,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오후 12시 10분께 코스피 시장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시장 안정화 장치다. 투자자의 과도한 공포 심리를 완화하고 시장에 냉각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날 서킷브레이커 발동에 앞서 오전 11시 12분에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급락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제한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하루 동안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며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장 초반 8800선에서 출발했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낙폭을 빠르게 키웠다. 오후 들어 낙폭이 8%를 넘어서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8%대, SK하이닉스는 9%대 하락했으며 SK스퀘어 등 반도체 관련 종목도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대형주 급락이 지수 하락을 주도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단기간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과 미국 기술주 급락이 투자심리를 동시에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간밤 애플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알려지면서 6% 넘게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도 약세를 보였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최종 제품 수요 둔화와 글로벌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최종 수요 둔화 우려가 애플 등 세트업체뿐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위축 가능성까지 키우며 반도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며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급반등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부담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550원선에 근접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술주 흐름과 외국인 수급 변화가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