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 다 보고도 '상환 무난' 판단…신한증권, JTBC 실사 적정성 도마


930억원 회사채 발행 4개월 만에 채무불이행
단기성차입금 1975억원에도 "유동성 위험 제한적"

신한투자증권의 기업실사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더팩트|윤정원 기자] JTBC가 회사채 발행 4개월 만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의 기업실사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사보고서에 단기성차입금 부담과 음의 현금흐름 등 유동성 위험이 적시됐음에도 신한투자증권이 투자설명서에서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된 탓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단순 판매사가 아니라 930억원 규모 제42회 무보증 공모사채의 대표주관사이자 기업실사 주체였다. 회사채 발행 직후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당시 상환능력 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 '상환 무난'이라더니…넉 달 만에 채무불이행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JTBC는 지난 2월 13일 제4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930억원을 발행했다. 해당 회사채의 만기는 2028년 2월 11일, 표면금리는 연 8.10%다. 대표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며, 한양증권도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인수금액은 신한투자증권 750억원, 한양증권 180억원으로 신한투자증권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문제는 발행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JTBC의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JTBC는 만기도래한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차입금 상환에 최종 실패했고,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와 JTBC가 잇따라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JTBC 채권 신용위험이 부각됐고,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JTBC 회사채 신용등급을 D등급으로 낮췄다. D등급은 원리금 지급 불능 상태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설명서에 담긴 신한투자증권의 인수인 의견은 눈길을 끈다. 신한투자증권은 투자설명서 인수인의 의견에서 "금번 발행되는 동사의 제42회 무보증사채는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각각 BBB0, 부정적 등급을 받았다"면서도 "제42회 무보증사채의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었다.

해당 문구는 일반적인 투자위험 고지와 성격이 다르다. 발행사가 자기 재무상태를 설명한 문장이 아니라 대표주관사가 기업실사 과정을 거쳐 제시한 평가의견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상환을 보증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관사의 실사 결과와 상환능력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BBB급 회사채에서 주관사의 평가의견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며 "상환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면책 문구가 있더라도 원리금 상환이 무난하다고 쓴 판단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실사보고서엔 위험 신호 가득…결론은 '낙관적' 판단

JTBC의 위험 신호는 사후에 갑자기 드러난 것이 아니다. 투자설명서와 기업실사보고서에는 이미 단기 유동성 부담을 보여주는 수치가 여럿 기재돼 있었다. 2025년 3분기 기준 JTBC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57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768억원이었다. 재무활동현금흐름 +966억원으로 현금 유출을 메우는 구조였고, 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94억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차입금은 2023년 말 2244억원에서 2024년 말 2898억원, 2025년 3분기 말 3635억원으로 불어났다.

단기성차입금 부담은 더 직접적인 위험 신호였다. 투자설명서에는 2025년 3분기 기준 JTBC의 단기성차입금이 1975억원으로 총차입금의 54% 수준을 차지해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적혀 있다. 영업으로 현금을 벌어 차입금을 갚는 구조라기보다 차환과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신한투자증권은 공모회사채 발행과 매출채권 회수, 안정적인 매출채권 회전율, 유사시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근거로 "단기 유동성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발행 4개월 만에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해당 판단은 결과적으로 적중하지 못했다.

실사보고서의 표현도 논란을 키운다. 기업실사 항목에는 차입금 규모가 클 경우 차입금 만기구조, 유동성, 차입금 상환일정 등을 고려해 채무상환 불이행위험 가능성을 검토하고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가정할 것"이라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다. 그러나 보고서상 결론은 재무수치 나열 뒤 "단기 유동성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월별 만기도래 자금 규모나 차환 실패, 계열사 지원 중단 등의 상황을 가정한 구체적 스트레스 테스트는 보고서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한 DCM 업계 관계자는 "현금성자산이 400억원도 안 되는 회사가 단기성차입금 2000억원 가까이를 안고 있었다면 단기 유동성 위험은 핵심 점검 대상"이라며 "결과적으로 넉 달 뒤 206억원 규모 차입금을 못 갚았다면 실사 당시 상환재원 검증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방문실사도 '유선 회의' 대체…고위험 회사채 검증 충분했나

실사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기업실사 기간은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일까지였다. 실사 참여자는 신한투자증권 커버리지1부 소속 부서장, 수석, 선임 등 4명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1월 27일 예정된 방문실사는 '유선 회의'로 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회사채 기업실사에서 모든 항목을 현장실사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안은 BBB0 부정적 등급의 비우량 회사채였고 단기성차입금 비중과 현금흐름 부담이 명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문실사가 유선 회의로 대체된 점도 실사의 충실성을 둘러싼 의문을 키우고 있다.

투자설명서에도 신한투자증권은 발행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와 자료에 기초해 합리적·주관적 판단을 했다고 적었다. 동시에 자본시장법상 상당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요사항에 거짓 기재나 누락이 있고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도 담겼다. 단순한 면책성 설명을 넘어 주관사의 주의의무가 전제돼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기업실사보고서에서 "Due Diligence는 적절히 수행했다"고 명시했다. 투자위험요소 역시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기재돼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채무불이행이 단기간 내 발생한 만큼 당시 실사가 실제 유동성 위험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다시 따져볼 문제로 남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방송사는 제조업처럼 공장이나 재고자산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의 실사와는 결이 다르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만기별 차입금,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 계열 지원의 실효성 등 현금흐름 검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사가 언론사를 보유하고 있고, 중견 그룹 계열이라는 점이 정성적 안전판처럼 작용했다면 상환능력 평가가 느슨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송 장비나 사무실을 확인하는 현장실사보다 중요한 것은 차환이 막혔을 때 실제로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있었는지, 계열사가 지원할 법적·재무적 여력이 있었는지 여부"라며 "실사보고서에 위험 요인이 기재돼 있었다면 쟁점은 이를 단순 고지하는 데 그쳤는지, 아니면 상환능력 판단에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있다"고 짚었다.

◆ 신한증권 "내부 절차 따랐다"…금감원 점검서 가려질까

실사 부실 의구심과 관련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당시 확보 가능한 정보와 관련 법령 및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실사를 수행했으며, 투자설명서 역시 당시 시점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의 채무증권 기업실사 내규는 2012년 금융감독원의 '금융투자회사의 기업실사 모범규준'을 반영해 마련됐으며, 이는 JTBC 공모회사채를 포함해 당사가 공동 주관하거나 실사업무를 수행한 모든 공모회사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채무증권 발행에 따른 주관사의 기업실사는 발행 시점에 공개된 객관적 정보와 발행사 제공자료, 감사보고서, 신용평가서 등을 기반으로 수행된다"며 "발행사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IR 자료는 회사를 소개하기 위한 자료이고, 투자 위험요소 등 투자 판단에 필요한 사항은 공시된 투자설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IR 자료에 의문이 있다면 투자 희망 기관투자자는 발행사에 추가로 문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당시 확보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사가 이뤄졌다는 설명만으로는 논란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설명서와 기업실사보고서에 이미 단기성차입금 부담, 음의 현금흐름, 계열사 자금거래 등 위험 요인이 기재돼 있었던 만큼, 핵심은 해당 정보가 상환능력 평가에 얼마나 보수적으로 반영됐는지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관건은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다. 금감원이 JTBC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주관사의 실사 범위, 위험 고지 수준, 발행 규모 산정, 개인투자자 유통 가능성 등을 들여다볼 경우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와 기업금융 심사 체계까지 검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위험 신호를 모두 보고도 '상환 무난' 판단을 내린 배경이 규명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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