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유한양행이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 진입 발판을 마련했다. 희귀의약품이란 환자 수가 적고 수익성이 낮은 의약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국 규제기관은 희귀의약품에 대해 시장 독점권 부여,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희귀의약품 지정제도를 완화해 국내 임상·비임상 단계에 있는 희귀의약품의 신속한 개발과 허가를 지원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고셔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YH35995'가 EMA로부터 고셔병 적응증에 대해 19일(현지시간) ODD를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4월 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데 이은 추가 성과다.
EMA 희귀의약품 지정은 환자 수가 적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지정 품목은 개발 단계에서의 과학적 자문, 규제 절차 관련 수수료 감면, 시판허가 승인 시점부터 10년간 시장독점권 등 다양한 개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유럽은 미국(최대 7년)보다 긴 10년의 시장독점권을 보장하며, 지정 시 EU 회원국 전역을 포괄하는 중앙집중심사 절차를 통해 단일 허가를 추진할 수 있어 글로벌 상업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고셔병은 GBA1 유전자 변이로 리소좀 효소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당지질의 일종인 글루코실세라마이드(GL-1)가 여러 장기에 쌓이는 유전성 리소좀 축적 질환(LSD)이다. 간 및 비장 비대와 빈혈, 혈소판 감소, 골격계 이상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 신경증상을 동반하는 제3형 고셔병은 해당 증상을 표적으로 한 허가 치료제가 아직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특히 높은 것으로 꼽힌다.
YH35995는 유한양행이 2018년 GC녹십자와의 공동연구로 확보해 현재 단독 임상 개발 중인 경구용 저분자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효소(GCS) 억제제로, GL-1 생성을 줄이는 기질감소치료(SRT) 계열 치료제다. 최대 특징은 우수한 혈액뇌장벽(BBB) 투과력으로, 전임상 연구에서 혈장과 뇌 내 GL-1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가 도달하기 어려웠던 중추신경계까지 약효를 전달할 수 있어, 신경증상 동반 제3형 고셔병 환자의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기대된다.
임상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최초 인체 대상 연구(FIH)를 수행해왔으며, 지난 5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열린 제3회 고셔병 국제 워킹그룹(IWGGD) 심포지엄 2026에서는 단회투여(SAD)결과를 구연 발표하며 최초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현재는 확보된 단회 투여 후 안전성·내약성 및 PK·PD 결과를 바탕으로 반복투여(MAD) 임상 단계에 진입하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번 EMA ODD지정을 발판으로 YH35995의 글로벌 임상·허가 전략을 구체화하고, 환자 접근성 제고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R&D총괄 사장은 "앞서 FDA ODD 지정과 국제 학회에서의 임상 데이터 공개에 이어 이번 EMA ODD 지정까지, 제3형 고셔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 개발의 필요성과 YH35995의 잠재력을 미국과 유럽에서 연이어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임상 개발 속도를 높여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