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가 무르익으면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려는 소비자들이 거리로 모여들고 있다. 이와 함께 월드컵 응원의 필수 요소인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도 다시 불면서 내수 침체로 실적 정체를 겪던 주류업계의 반사이익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다만 월드컵 경기가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대인 오전에 주로 편성된 만큼, 주류업계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로 마케팅에 나선 상황이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무알코올·논알코올 제품은 공법 차이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무알코올 맥주는 발효를 거치지 않는 비발효 공법을 적용해 제조 단계부터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는다. 반면 논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와 동일한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알코올만 따로 분리한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 기준상 알코올이 전혀 없는 제품은 '무알코올',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음료는 '논알코올(비알코올)'로 구분된다.
최근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무·논알코올 맥주 등을 찾는 소비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를 보더라도 무·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2024년 704억원으로, 10년 새 9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27년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주류 3사(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가 월드컵 시즌에 맞춰 무·논알코올 맥주 라인업을 강화한 배경이다. 특히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시차로 인해 경기 대부분이 새벽과 오전 시간대에 집중되는 만큼, 무·논알코올 맥주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편의점 CU는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렸던 지난 19일, 광화문 인근 10여개 점포의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전날보다 50%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 대표 제품을 무·논알코올로…월드컵 특수 기대는 주류 3사
하이트진로는 올해 초 '하이트 논알콜릭 0.7%'의 패키지를 리뉴얼했다. 이 제품은 지난 2012년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0.00'을 논알코올 버전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알코올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맥주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음주를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를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자사 대표 제품인 '테라'의 무알코올 버전인 '테라 제로'도 선보였다. 테라의 특징인 호주산 청정 맥아 농축액을 사용했으며, 비발효 공법으로 알코올 생성을 원천 차단했다. 칼로리와 당류, 감미료도 모두 배제했다.
오비맥주도 지난달 메가 브랜드 '카스'의 논알코올 버전인 '카스 제로'를 새로 출시했다. 카스 제로는 기존 제조 기술을 한층 고도화한 알코올 제거 공법을 통해 만들었다. 맥주 본연의 풍미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알코올 함량을 '0.00%' 수준까지 낮췄다.
오비맥주는 월드컵 기간 카스를 주축으로 강남역 인근에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 성수동, 이태원, 경기 수원 등 5곳 업장에 스포츠펍을 꾸려 월드컵 마케팅을 펴고 있다. 소비자들에 '카스 제로'를 제공하며, 부담 없는 월드컵 응원 문화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달 논알코올 맥주인 '클라우드 논알콜릭'이 벨기에 '몽드 셀렉션 비어 어워즈'에서 금상을 수상한 점을 내세워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다. 이 제품은 특수 효모를 사용해 발효 단계부터 알코올 생성을 제한하는 공법을 따른다. 인위적인 알코올 분리 작업을 거치지 않아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을 구현했다.
◆ 코로나로 사라진 음주 문화…무·논알코올 실적 반등 이어질까
국내 주류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음주 문화가 잦아들며 정체기를 그리고 있다. 국세청 주세 통계를 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9년 337만6714㎘에서 2024년 315만1371㎘로 5년 새 6.7% 감소했다. 국내 소비 침체 현상마저 맞물리며 주류 3사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 매출(연결 기준)이 전년 대비 3.9% 감소한 2조498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 기간 대비 3.6% 하락한 5908억원에 그쳐 역성장에 빠졌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주류사업 매출이 8134억원에서 7527억원으로, 7.5%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주류 매출도 전년 동 기간 0.7% 소폭 상승한 1942억원을 기록, 실적 정체 양상을 나타냈다.
카스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오비맥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오른 1조7785억원에 그친 것이다. 이 기간 오비맥주 영업이익은 3661억원에서 3465억원으로, 5.4% 떨어졌다.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주류 3사가 나란히 무·논알코올 맥주를 띄운 이유다. 이를 통해 침체된 주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부담 없이 즐기는 새로운 음주 문화를 안착시켜 실적 반등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논알코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들며 관련 제품들도 빠르게 느는 추세"라며 "주류 시장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음용 상황에 맞는 제품들로 소비자 선택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이 주로 대낮 시간에 치러지는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제약 없이 즐기는 무·논알코올 맥주로 새로운 음주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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