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인공지능(AI) 제조 물량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선·반도체·방산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암묵지를 AI 자산으로 전환하는 AI 제조 대전환(M.AX)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을 AI에 학습시키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국비 480억원을 투입해 시급성과 산업 파급효과가 큰 30개 업종·공정을 선정하고 AI 모델 개발을 지원한다.
암묵지는 숙련자의 경험과 감각, 판단 기준, 작업 노하우처럼 문서나 매뉴얼로 남기기 어려운 기술을 뜻한다. 산업부는 이를 AI가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자산화해 제조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제조 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제조 AI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피지컬 AI 시대,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은 약 29만5000대로 전 세계의 54%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 특성상 전체 투자 규모를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중앙·지방정부와 국유펀드 등을 통한 지원은 수십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로봇 도입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정부도 2014년 2곳에서 2023년 93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중국과 같은 방식의 물량 경쟁을 벌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한정된 예산과 투자 여건을 고려하면 모든 제조업의 암묵지를 동시에 AI 자산화하기보다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진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암묵지를 우선 AI 자산화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M.AX의 성패 역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의 암묵지를 얼마나 빠르게 AI 자산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자본 투입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며 "모든 제조업을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보다 조선·반도체·방산 등 수출 경쟁력이 높은 산업부터 암묵지를 AI 자산으로 전환하고, 성과를 축적해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을 우선 선정하더라도 암묵지를 AI가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공정별 난이도와 숙련도에 따라 데이터 축적과 실증 기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과제당 충분한 투자와 실증이 가능한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조 AI 경쟁력은 결국 숙련자의 경험 속에 축적된 품질 노하우를 AI가 얼마나 구현하느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최재식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는 "조기축구 선수의 기술을 학습하는 것과 손흥민 선수의 움직임을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것처럼 제조업의 암묵지도 공정마다 난도가 다르다"며 "6개월이면 가능한 공정도 있지만 자율주행처럼 10년 이상 축적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설계도와 장비만 있다고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동화가 구현되고 성과가 검증됐느냐"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암묵지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암묵지 사업 확대를 위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산 심의와 연구용역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사업 규모와 추진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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