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H&Q에쿼티파트너스의 파이브가이즈 인수 검토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연내 본계약 체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갤러리아는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성 둔화와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셈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 6개월 만에 MOU 재체결…길어지는 매각 시계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1일 H&Q와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17일 맺은 기존 MOU의 우선협상기간이 만료된 데 따른 조치다.
양측은 H&Q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한 채 잔여 실사와 거래 조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첫 MOU 체결 이후 약 6개월이 흘렀지만 주식매매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매각 검토가 알려진 지난해 7월부터 계산하면 관련 절차는 약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번 공시에서도 "향후 잔여 본실사 과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 금액과 대상 지분 등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첫 MOU 체결 당시와 비교해 공시상 거래 단계가 크게 진전되지는 않은 셈이다.
회사 측은 협상 차질이나 거래 중단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MOU 기한이 도래해 재체결했을 뿐"이라며 "현재 실사 등이 진행 중인데 해당 과정이 다소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내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변경이나 거래 중단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거래 중단 가능성을 부인한 만큼 MOU 재체결만으로 매각 난항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사와 조건 협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가치 평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보유한 에프지코리아 지분 100%가 거래 대상으로 거론된다. 예상 몸값은 600억~700억원 수준이지만, 한화갤러리아는 대상 지분과 매각 가격 모두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매출 538억원·영업익 10억원…커진 외형, 줄어든 이익
H&Q의 본실사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익성이다. 에프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같은 기간 69.8% 감소했다. 2024년 약 34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약 7.3%에서 1.9%로 하락했다. 매출은 70억원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억원 넘게 감소했다.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유입이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실적 변동성도 적지 않다. 에프지코리아는 2023년 매출 약 100억원과 영업손실 약 13억원을 기록한 뒤, 2024년 매출 465억원과 영업이익 34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수익성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 구조를 입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불거진다.
국내 매장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는 사업 구조도 변수다. 점포가 늘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임차료와 인건비,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자 부담도 함께 커진다. H&Q 입장에서는 점포 수보다 점포당 수익성과 추가 출점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예상 거래가격인 600억~700억원을 지난해 영업이익 1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약 60~70배 수준이다. 브랜드 가치와 향후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은 계산이지만, 최근 이익 감소가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일본 진출 청사진 남았는데…'김동선표 사업' 시험대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이 국내 도입을 주도한 브랜드다.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5월 에프지코리아를 설립하고, 같은 해 6월 서울 강남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한화갤러리아는 초기 흥행 성과를 적극적으로 부각해 왔다. 국내 론칭 1년 만에 당시 운영 중이던 4개 매장이 전 세계 파이브가이즈 매출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내 점포도 8곳까지 확대했다.
해외 확장 청사진도 제시했다. 2025년 하반기 첫 매장을 시작으로 7년간 일본에 20개 이상 점포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김 총괄 역시 일본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는 국내 첫 매장 개점 약 2년 만에 에프지코리아 매각에 착수했다. 초기 흥행과 해외 진출 계획을 강조했던 사업이 2년 만에 매각 대상에 오르면서, 장기적인 수익 구조와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번 거래를 백화점 경쟁력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H&Q가 인수하는 대상은 파이브가이즈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사업 운영법인이다. 향후 출점과 사업 확장은 글로벌 본사와의 계약 조건에 영향을 받는 데다, 국내 수익성 회복과 일본 사업 확대도 새 주인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H&Q가 파이브가이즈의 화제성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느냐가 하반기 본계약 체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실사가 길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외형 성장보다 실제 현금창출력과 향후 투자 부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거래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