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속도를 낼 경우 서울에 남아 있는 금융위도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다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이전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며 금융위 역시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측은 금융위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추가 이전과 관련해 대상 기관과 이전 지역, 일정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관계기관 협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에도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론되는 금융위 세종 이전은 정부의 공식 계획이라기보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논의를 배경으로 제기되는 시나리오에 가깝다.
금융위는 공공기관이 아닌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세종 이전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기관 재배치라면 금융위 이전은 중앙행정기관의 청사 배치와 행정수도 기능 강화 문제에 해당한다.
현재 금융위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자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주요 경제부처가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려면 금융위도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경제·산업 관련 부처와의 대면 협의가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이 이전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다.
금융위 이전 가능성은 지난해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금융위의 국내금융과 금융정보분석원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감독정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정책 담당 인력의 세종 이동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이후 추진되지 않았고 금융위는 현재 기존 조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체계를 둘러싼 조직개편 논의가 가라앉으면서 금융위의 세종 이전 문제도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이달 29일 국별 주무 서기관들과 지방 이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위는 설명자료에서 세종 이전 가능성 전반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위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쟁점은 금융권 및 금융감독원과의 소통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다.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옮기면 금융회사와의 간담회나 정책 협의 때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금감원과의 협업도 핵심 변수다.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제도의 방향을 정하면 금감원은 금융회사 검사와 감독 등 집행 업무를 담당한다. 두 기관은 가계부채와 금융회사 건전성, 금융소비자 보호, 불공정거래 대응 등 주요 현안에서 수시로 협의한다. 금감원 본원은 서울 여의도에 있어 금융위만 세종으로 이전하면 두 기관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다만 청사 간 거리가 곧바로 시장 대응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위는 이미 영상회의 등을 통해 관계기관·금융권과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등 세종 소재 부처와 서울을 연결하는 영상회의 체계도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영상회의와 전자보고 체계를 활용해 상당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금융회사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당국과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신속한 대면 협의가 필요할 수 있다.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규모 금융사고처럼 여러 기관과 업권이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사안에서는 서울과 세종의 이원화가 의사결정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시장 대응과 금융권 소통 기능을 서울에 일부 남기는 방안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다만 서울사무소 설치나 기능별 분산 배치, 금감원 조직 재배치 등 구체적인 보완책은 현재 결정되거나 공식적으로 검토된 내용이 아니다.
인력 운영도 향후 검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와 법률·회계법인, 연구기관 등 민간 금융 분야와 인력 이동이 잦은 조직이다. 세종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직원들의 근무 여건과 전문인력 확보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전에 따른 전출이나 민간 이직 규모를 예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결국 금융위 세종 이전은 행정수도 완성과 부처 간 업무 효율성이라는 명분과 금융시장 접근성, 금감원·금융권과의 협업 필요성이 맞서는 사안이다. 정부가 향후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원칙과 대상 기관을 구체화할 경우 금융위 포함 여부와 서울 잔류 기능, 금감원과의 협업 체계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세종 이전은 일반 공공기관 이전과 달리 금융정책의 연속성과 시장 대응 속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며 "세종에 있는 경제부처와의 정책 협업은 수월해질 수 있지만 금감원과 주요 금융회사들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만큼, 서울 연락 기능과 긴급 대응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