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도 놓쳤는데…오픈AI·앤트로픽 IPO도 '그림의 떡' 되나


미래에셋증권, 스페이스X 배정 무산…한미 공모체계 차이 재조명
환율 부담에 당국도 글로벌 IPO '신중론'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공모주를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향후 오픈AI IPO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공모주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초대형 IPO의 경우 현지 기관 수요가 우선되는 만큼 한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공모주를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올 하반기 예정된 오픈AI와 앤트로픽 IPO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미국 초대형 IPO가 잇따라 예정돼 있지만, 스페이스X 사례에서 드러난 한국과 미국의 공모체계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내 투자자들이 또다시 공모주 투자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신청서(S-1)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앤트로픽도 이달 초 비공개 상장 신청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이르면 9월, 앤트로픽은 10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AI 대표 기업이다. 오픈AI는 현재 비상장 시장에서 약 8520억달러(약 129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조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약 9650억달러(약 1461조원) 규모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음에도 최종 공모주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상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비슷한 수준의 배정이 예상됐던 일본 미즈호증권은 7배 이상 많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현재 스페이스X 상장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미래에셋증권에 한국 몫 공모주 전량 삭감 사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상이한 공모체계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IPO는 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모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를 위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일정 기간 공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 증권신고서는 효력 발생까지 최소 15영업일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상장 직전까지도 공모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스페이스X는 미국 규정에 따라 상장 약 1주일 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원인 중 하나였다면 제도 개선이 없는 한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IPO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 IPO 과정에서 국내 인수단인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공모주 물량을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코리아 패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AP=뉴시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관련 검사 역시 제재보다는 공모주 배정 무산 경위 파악과 투자자 보호, 재발 방지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도 개선이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계된 국내 공모제도의 문턱을 낮출 경우 예상치 못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시장 안정이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미국 대형 IPO 청약이 활성화될 경우 단기간에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주요 증권사 임원들을 소집해 해외투자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IPO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미국 현지 중개회사와 제휴해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국내 공모주처럼 균등배정이나 비례배정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중개회사와 주관사의 내부 기준에 따라 물량이 배정되기 때문에 청약에 참여하더라도 실제 주식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초대형 딜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물량이 배정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확보 가능성이 더욱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IPO는 기본적으로 기관 중심 배정 구조라 개인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전 세계 투자 수요가 몰리는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대형 딜일수록 실제 배정받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상당수 국내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보다는 상장 이후 미국 증시에서 직접 주식을 매수하거나 A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간접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업계도 숙제를 안게 됐다. 앞서 일부 운용사들은 스페이스X 공모주 편입 가능성을 내세워 관련 상품을 홍보했지만 실제 물량 확보에는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IPO 관련 상품이 출시될 경우 실제 공모주 확보 가능성과 편입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사례를 통해 글로벌 초대형 IPO의 경우 투자 수요가 워낙 커 실제 공모주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오픈AI나 앤트로픽 관련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단순히 IPO 기대감만 부각하기보다는 실제 공모주 편입 가능성과 투자 구조를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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