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효성의 전력기기 사업을 성장시킨 조현준 회장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영역에서 제2의 성공신화를 쓰기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효성그룹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인 STT GDC(ST Telemedia Global Data Centres)와 손잡고 2030년 기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K-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조현준 회장과 브루노 로페즈 STT GDC 대표이사 겸 그룹 CEO가 직접 주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STT GDC는 아시아·유럽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1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2.3GW 규모의 IT 용량을 보유 중이다.
효성중공업과 STT GDC의 합작법인인 효성·STT GDC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클라우드·AI 지원을 위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STT Seoul 1' 개관과 함께 데이터센터 사업을 공식 시작했다.
◆ 가산에 30MW 규모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관
'STT Seoul 1'은 효성중공업의 전력 솔루션 역량과 STT GDC의 설계·운영·서비스 전반에 걸친 글로벌 표준을 결합해 구축됐다. 30M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다양한 클라우드와 AI 구축 수요를 지원하도록 설계됐으며, 점차 고도화되는 고밀도 워크로드까지 대응할 수 있다.
'STT Seoul 1'의 전력 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 최대 30MW 규모의 IT 용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최근 에너지 규제와 전력 공급망 제약으로 대형 데이터센터들이 수도권 외곽 또는 지방으로 분산되는 추세인 반면, 'STT Seoul 1'은 서울 도심에 입지해 차별성을 확보했다. 강남·여의도 등 주요 비즈니스 거점과 가까워 데이터 전송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안과 안정성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했다. 외부 침입이나 자연재해 등 다양한 사고에 대비하는 글로벌 보안 기준을 적용해 잠재적인 위협과 운영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업타임 인스티튜트의 TCDD 인증도 획득해 설비 점검, 장애 상황에서도 서버가 중단되지 않도록 설계, 높은 수준의 서비스 연속성과 운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STT Seoul 1' 개관식에 참석한 조현준 회장은 "오래전부터 데이터가 '21세기 원유'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를 내다보며 2000만 인구의 수도권인 가산에 AI의 심장 역할을 할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STT Seoul 1'은 STT GDC의 전문성과 효성의 전력 솔루션 역량이 만나 탄생한 결실로서 대한민국 AI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효성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AI 데이터센터에 그룹 역량 총집결" 조현준 특명
AI 기반 서비스 확산과 글로벌 데이터 수요 증가에 따라 고성능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앞서 조현준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에 효성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AI 데이터센터 사업 모델 구축에 나섰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기기와 에너지 효율 기술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운영 안정성, 전력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와 함께 액화플랜트, 수소충전소 등 그동안 쌓아온 건설 역량을 토대로 AI 데이터센터 특화 기술 및 시공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효성ITX는 클라우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DX 솔루션 등 기존 IT 비즈니스 노하우를 AI 데이터센터 운영 전반에 접목한다. 트래픽 최적화와 보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AI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신뢰도·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조 회장은 "효성은 글로벌 전력기기 빅4 수준의 기술력과 건설 시공 역량, 그리고 30년 가까이 축적된 IT 운영 경험을 모두 갖춘 기업"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효성의 핵심 역량이 총집결된 결정체로서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2019년 조현준·로페즈 만남 이후 미래 협력 급물살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데이터센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미래 사업으로 데이터센터를 주목했다. 당시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이었다. 불모지에 가까운 시장에서 조 회장은 데이터센터가 미래 산업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보고, STT GDC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2019년 조 회장과 로페즈 대표이사의 '서울 회동'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두 사람은 당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데이터센터 산업이 AI, 클라우드,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데이터센터를 반드시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효성중공업과 STT GDC는 2021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AI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합작법인 효성·STT GDC를 설립했다.
◆ '1년에 지구 4바퀴' 조현준, 광폭 행보로 신사업 발굴
이번 협력을 놓고 조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쌓은 글로벌 인맥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숨 가쁜 글로벌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 10여개 국가, 20여곳의 글로벌 핵심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지구 4바퀴에 달한다. 조 회장은 각 지역의 유력 경제인, 정치·외교 핵심 인사, 에너지·IT 산업 리더 등과 만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효성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특히 글로벌 전력·에너지 산업의 향방을 가를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은 효성의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조 회장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 새프라 캐츠 오라클 CEO 등과 만나 에너지·AI·IT 산업의 구조 변화와 협력 가능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