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조여도 '빚투' 확산…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부담 더 커진다


5월 금융권 가계대출 9.3조 증가…1년 9개월 만에 최대
기타대출 5.3조 급증…신용대출·마통 중심 '빚투' 수요 확대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에도 증시 활황과 맞물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권 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최근 증시 활황과 맞물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이 고액 연봉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신한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량 제어에 나서기로 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 기조는 주담대에서 신용대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선제적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시행했다. 하나은행은 경우 고액연봉자도 연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시 미사용 계좌에 대한 한도 감액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6월 15일부터 대면·비대면 신용대출 합산 일별 접수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초과할 경우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제한한다. 약정금액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가운데 만기 직전 3개월 기준 한도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가 감액될 수 있다.

이번 조치들은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증가 상황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을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자율관리 방안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확대하자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목표 미준수 금융사를 매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의 중심이 주담대뿐만 아니라 기타대출로 옮겨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기타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40조8000억원으로 한 달 새 3조2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40조2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 급증했다. 기타대출 증가폭은 2021년 4월 이후 5년 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한은은 개인의 대규모 주식 투자와 계절적 자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전체로 봐도 흐름은 같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폭 3조500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고,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가운데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늘며 전월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4월 9000억원 감소에서 5월 3조4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전 금융권 주담대는 4조원 늘어 전월 5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주담대 규제 강화에도 가계대출이 다시 불어난 배경에는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 수요 확대가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증가폭은 둔화됐지만, 투자자금 수요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로 옮겨붙으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증시로 자금이 쏠리면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수요가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 목적의 차입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만기가 짧고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다. 주가 조정 시 반대매매나 상환 압박이 커질 수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신용대출, 약관대출, 온투업 연계금융 등을 활용한 넓은 범위의 레버리지 주식투자 확대를 우려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신규 취급 한도 조정, 비대면·플랫폼 채널 제한, 미사용 한도 감액 등 선제적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담대 증가폭이 둔화되는 가운데 기타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뚜렷해질 경우 은행권의 관리 초점은 주담대에서 신용대출 전반으로 빠르게 넓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규제와 총량관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만, 최근에는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주담대뿐 아니라 기타대출까지 함께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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