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자본확충 '잰걸음'…생산적 금융·IB 강화 시험대


중앙회 1조1709억원 출자에 신종자본증권 최대 4000억원 발행 검토
은행 5000억원·증권 4000억원 배분…자본효율 검증 과제

NH농협금융지주가 최대 1조5709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수익성 개선과 자본효율 제고가 이루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NH농협금융지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최대 1조5709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확보한 자금은 NH농협은행의 생산적 금융 확대와 NH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대규모 자본 수혈이 실제 수익성 개선과 자본효율 제고로 이어질지는 향후 검증 과제로 남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NH농협금융에 1조170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NH농협금융은 지난달 29일 제2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같은 규모의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NH농협금융은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수요에 따라 발행 규모가 최대 4000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종자본증권이 최대 4000억원 규모로 발행될 경우 농협금융의 이번 자본확충 규모는 총 조달액 기준 최대 1조5709억원에 달하게 된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에는 차환 성격도 포함될 수 있다. NH농협금융은 2021년 6월 발행한 254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시점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4000억원 발행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발행분 차환을 감안하면 실제 순증 효과는 발행 규모보다 작을 수 있다.

이번 자본확충은 NH농협금융의 자본 여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은행과 증권을 중심으로 그룹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금융지주로, 상장 금융지주와 달리 시장을 통한 보통주 자본 조달이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중앙회 출자를 통한 자본 보강은 농협금융의 그룹 차원 성장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확보한 자금은 주요 계열사에 재배분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중앙회 출자금을 바탕으로 NH농협은행에 5000억원, NH투자증권에 4000억원, NH농협캐피탈에 1000억원을 재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기업금융과 생산적 금융 확대에, NH투자증권은 기업금융·종합투자계좌(IMA) 등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에, NH농협캐피탈은 사업 확대에 각각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에 배정되는 5000억원은 생산적 금융 확대의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기업금융, 첨단산업, 지역특화산업, 창업기업 지원 등으로 자금 공급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역·농업금융 기반을 갖춘 만큼 중소기업과 지역산업 지원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생산적 금융 확대는 자본 부담을 동반한다. 기업대출과 산업금융 공급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업금융을 확대하려면 선제적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기업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자금 공급 확대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에 배정되는 4000억원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일 NH농협금융을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1286만1736주가 발행되며,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증자를 미래 성장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IMA, 발행어음, 기업금융, 대체투자, 자기자본투자 등은 모두 충분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영역이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초대형 IB 체급을 갖추고 있지만,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기업금융 딜 수임, 모험자본 공급, 자기자본 활용 수익 확대에 나설 여력이 커질 수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도 NH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은 은행 중심 수익구조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은행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금융지주일수록 금리 사이클과 대손비용 변화에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증권 계열사의 IB·자본시장 수익 기반이 강화되면 그룹 차원의 비이자이익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검토는 유상증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유상증자는 보통주자본으로 인정돼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은 기타기본자본으로 분류돼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을 보강하는 수단이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의 핵심 자본비율 개선에는 중앙회 출자를 통한 유상증자가, 전체 자본완충력 확보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각각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자본 투입 이후의 효율성이다. 대규모 자본확충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기업대출 성장과 자산건전성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추가 자본을 IB·IMA·기업금융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자본 투입 이후에도 수익성이 따라오지 않으면 자기자본이익률(ROE) 희석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농협금융은 자본비율 관리와 성장전략, 중앙회 환원 구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중앙회 출자를 통해 그룹 자본력이 보강되더라도, 투입 자본이 충분한 이익으로 회수되지 못하면 자본효율성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생산적 금융은 정책적 필요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고, IB 강화는 자본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비이자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자본확충의 성패가 단순한 자본비율 개선폭이 아니라 은행과 증권에 배분된 자본의 활용 성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기업금융 수익을 확보하고, NH투자증권이 추가 자본을 IB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를 병행해야 하고, NH투자증권은 추가 자본을 IMA와 기업금융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특히 증권 부문의 IMA와 기업금융은 대형 증권사의 자본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영역인 만큼, 이번 증자는 농협금융이 증권 부문을 비은행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