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D-1…청약 막판 뭉칫돈 몰릴까


공모가 135달러·조달액 750억달러 '역대 최대' 예고
국내 달러 수요 15억달러 안팎…상장 후 변동성 변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AP.뉴시스

[더팩트|윤정원 기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나스닥 상장을 하루 앞두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가 예고된 가운데 막판 청약 자금 유입 규모와 상장 이후 수급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11일(현지시간) 공모가를 확정한 뒤 12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티커는 'SPCX'다. 회사는 주당 135달러에 5억5555만주가량을 발행해 약 75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약 1조7500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된다. 공모가와 조달 규모가 확정될 경우 사우디아람코를 제치고 역대 최대 IPO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 공모가 묶은 스페이스X…막판 청약은 '물량 싸움'

이번 IPO가 시장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공모가 산정 방식이다. 일반적인 대형 IPO는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 범위를 정하고, 수요가 몰리면 최종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투자자 로드쇼에 앞서 주당 135달러라는 고정 가격에 가까운 구조를 제시했다. 가격보다 정해진 공모 물량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CNBC를 포함한 다수 외신에 따르면 9일 기준 스페이스X IPO에는 2500억달러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달 목표액 750억달러의 3.5~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장기 투자 성향의 대형 펀드들이 상당한 규모의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가 가격 확정 직전 주문에 나서는 관행까지 감안하면 막판 청약 규모가 더 불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인투자자 비중도 이례적이다. 스페이스X는 전체 공모 물량의 최대 30%, 금액으로는 225억달러가량을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IPO가 통상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드문 구조다. 머스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우주·위성인터넷·인공지능(AI) 성장 기대가 개인 자금 유입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초과 수요가 상장 후 주가 안정으로 곧장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고, 공모 규모 부담이 부각되면 상장 직후 매수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이 청약 경쟁률보다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 비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에는 약 2500억달러 규모의 청약 수요가 몰렸다. /AP. 뉴시스

◆ 국내 자금도 움직였다…원화시장 흔든 '스페이스X 청약'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국내 일반투자자가 국내 IPO처럼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기관과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스페이스X 공모 참여 수요가 형성됐다. 한국도 스페이스X IPO 참여 가능 국가로 거론됐지만 실제 접근성은 투자자 자격과 판매 채널, 각국 규제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도 부각됐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 IPO와 관련한 한국 내 달러 매수 주문이 12억~15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됐고 관련 수요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한때 대규모 환전 수요가 원·달러 환율에 부담을 줬지만 물량이 소화되면서 추가적인 원화 약세 압력은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단일 해외 IPO가 국내 외환시장 변수로까지 번진 셈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전 청약보다 상장 후 거래와 간접투자 수요가 더 현실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스페이스X 비상장 지분을 편입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나 관련 펀드가 이미 투자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다만 본주 거래가 시작되면 기존 간접투자 상품의 투자 매력이 일부 희석될 수 있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직후 파생·간접투자 상품도 잇따라 등장할 전망이다. 레버리지 셰어즈는 스페이스X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달러 표시 상품은 'ELON', 파운드 표시 상품은 'MUSK'라는 티커를 쓰며, 실제 스페이스X 가격 변동 반영은 상장 직후 포지션 편입 절차를 거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전 청약 열기가 본주뿐 아니라 레버리지 상품 수요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는 국내 투자자에게도 상징성이 큰 종목이지만 공모 참여 가능 여부와 실제 배정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상장 이후에는 본주 거래와 관련 ETF 수급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스타링크 앞세워 몸집 키웠지만…수익성은 과제

스페이스X는 우주 발사 사업을 넘어 위성통신과 AI 인프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스타링크는 이미 매출 기반을 갖춘 사업으로 평가된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6억7000만달러로 집계됐고 스타링크를 중심으로 한 연결성 부문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실적 부담은 여전하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49억달러 안팎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AI 인프라 투자와 위성망 확충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밸류에이션 논란도 이어진다. 1조7500억달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매출 대비 9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를 우주기업이자 위성통신 플랫폼, AI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과 미래 가치가 지나치게 선반영됐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타링크가 실질적인 매출 축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몸값은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까지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이라며 "상장 초기에는 머스크 프리미엄이 작동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손실 축소와 AI 투자 성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 상장 첫날에는 공모가 대비 상승 폭과 거래대금,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주요 지표로 꼽힌다. 공모가 135달러가 성장 기대를 떠받치는 기준선이 될지, 초대형 공모에 따른 수급 부담을 드러내는 가격대가 될지는 상장 이후 시장의 평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garde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