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흐름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1539.1원) 대비 16.1원 올랐다. 시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90.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미국 고용지표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 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8만 8000명)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고용 성적표가 전문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금리 인상론에 힘을 더했고 시장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대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7일(현지시간) 미 국채(2년물) 금리는 10.4bp 급등해 2025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도 4.5%를 재차 상회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지수는 0.6% 상승한 100.1을 기록했으며, 9시 30분 기준 99.820을 나타냈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도 원·달러 환율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달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주간 변동폭은 약 60.0원으로 전일 정규장은 1539.1원에 마감됐으나, 야간장에서 달러 강세에 1559.0원까지 올랐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은 21.1원 상승한 1559.2원에 최종 호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환율 추가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정부가 실제로 시장에 개입할 경우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내려앉는 급격한 되돌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한다.
KB국민은행은 일간환율동향리포트를 통해 이날 원·달러 환율이 1540.0~1560.0원 이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고용 호조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겹치며 환율이 빠르게 뛰어올랐다. 정부가 구두 경고를 넘어 실제로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는 조치에 나설 경우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신한은행은 환율전망자료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쟁이 기름값을 밀어 올리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단 의견이다.
다만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며 국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상반된 흐름 속에서 곧 발표될 미국 물가 지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이 향후 환율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0거래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도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2022년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 상장이 자본 유출을 자극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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