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첫 일정에 이름을 올렸다. 황 CEO가 5일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인물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협력을 다룰 대기업 총수 회동보다 e스포츠 스타와 만남을 앞세운 셈이다.
이날 오후 1시께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황 CEO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e스포츠 구단 T1이 차린 PC방이다. 회동 장소는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T1 베이스캠프', 시간은 오후 3시다. 현장에서는 이상혁과 함께 '도란' 최현준, '오너' 문현준, '페이즈' 김수환, '케리아' 류민석을 만났다.
회동 화두로는 e스포츠 산업 활성화와 게임 생태계 방향이 꼽힌다. 현장에서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를 두루 만난 자리에서 e스포츠 판을 키울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팬덤을 가진 페이커와 GPU 제조사 수장이 마주 앉는 만큼 게임 흥행과 그래픽 성능, 차세대 게이밍 경험을 둘러싼 대화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황 CEO의 팬심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서울 코엑스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서 페이커 이름을 직접 외쳤다. 연달아 세번을 연호하며 관객 호응을 끌어냈고 "한국인들이 e스포츠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한국에서 시작됐다"고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자신이 사인한 유니폼을 페이커와 동료 선수들에게 일일이 건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엔비디아와 한국 게임 문화가 함께 커온 배경 때문이다. GPU로 PC 게임 시장을 키워온 엔비디아와 PC방을 발판으로 e스포츠 종주국 위상을 다진 한국은 같은 흐름을 타고 덩치를 불려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CEO가 지난해 방한 당시 무대에서 "PC 게임과 PC방, e스포츠가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황 CEO의 이번 방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게임사 수장들과 연쇄 회동이다. 황 CEO는 오는 7일 김택진 엔씨(NC)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을 만난다. 그래픽카드로 맺어온 인연이 이번엔 피지컬 AI와 로봇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을 학습시키려면 현실과 닮은 가상 물리 세계가 필요한데 게임사가 쌓아온 3차원 공간 제어 기술과 물리엔진,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그 훈련장 노릇을 할 수 있어서다.
한편 이날 저녁 황 CEO는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총수들과 이른바 '삼소 회동'을 갖는다. AI 반도체와 로봇,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협력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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