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로 성장축을 옮기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전체 원화대출 평균을 웃돌고 있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시장금리 변동 부담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자영업자 여신 관리가 하반기 건전성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최근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5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25조9178억원으로 전월보다 551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증가 규모는 1조4854억원으로, 지난해 1~5월 1조663억원 감소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869조8928억원으로 올해 들어 25조1674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 17조5369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44% 확대됐다.
문제는 개인사업자대출이 외형 성장의 수단인 동시에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 하락했다.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낮아졌지만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 0.56%를 여전히 웃돌았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0.81%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경기와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자영업자는 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소비 둔화와 비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현금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1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도 평균 55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금리 부담은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개인사업자대출 확대가 마냥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다. 가계대출 규제로 성장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은 기업금융 확대의 한 축이지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담보 여력이나 매출 변동성에 따라 상환 능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은행별 심사와 사후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당국의 시선도 건전성 관리에 맞춰지고 있다. 금감원은 3월 말 연체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신규 연체 발생과 연체채권 정리 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3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줄었지만,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원 늘었다. 분기 말 정리 효과를 제외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부실 압력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체율이 전체 평균을 웃도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5대 은행의 하반기 실적은 이자이익 확대보다 충당금 부담과 건전성 관리 능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은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확대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자영업자는 경기와 금리에 민감한 차주군"이라며 "하반기에는 단순 대출 증가보다 신규 연체와 취약 업종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