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민 36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적자를 기록했다. 암이나 뇌·심혈관 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보다 도수치료, 비급여 영양제 주사 등 비중증 과잉 진료에 과도한 보험금이 누수된 것이 재정 악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 8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적자액인 1조 6200억 원과 비교해 15.6%(2600억 원) 증가하며 손실 폭을 더 키운 수치다.
지난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 수익은 총 17조 9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손보험 처리로 나간 지급보험금 역시 11.4% 급증한 16조 9653억 원을 기록하며 보험료 수입 증가율을 앞질렀다.
여기에 발생손해액과 손해조사비, 보험사 운영을 위한 사업비 등을 종합적으로 산출한 경과손해율은 101.0%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가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손해율 기준선이 8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재정 적자 늪에 빠진 셈이다.
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는 비급여 과잉 진료가 지목된다. 지난해 치료 항목별 실손보험금 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비중증 비급여 항목에 비정상적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비중증 치료인 도수치료 및 체외충격파 등 근골격계 질환 관련 지급보험금은 지난해 2조 69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가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증질환인 암·뇌혈관·심혈관 질환 관련 지급보험금 총액 2조 5500억원을 오히려 앞지른 규모다.
여기에 마늘주사, 영양제 등 통원 비급여 주사제 관련 보험금도 1조 400억 원을 기록했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단 두 가지 항목으로 삐져나간 현금만 무려 3조 7000억 원으로, 전체 실손 지급보험금의 21.9%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로봇수술(72.4%), 전립선결찰술(64.6%), 하이푸시술(46.0%) 등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보험금도 전년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 계약 건수는 전년 대비 26만 건 증가한 3622만 건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 가입 건수가 3028만 건으로 30만 건 늘어난 반면, 생명보험사는 594만 건으로 4만 건 줄었다. 상품 세대별 비중은 2세대가 41.2%로 가장 많았고 3세대(21.6%), 4세대(17.7%), 1세대(17.1%) 순이었다.
세대별 경과손해율은 후속 출시되어 자격 요건이 깐깐해진 3세대(120.0%)와 4세대(115.1%)가 가장 높았고, 초기 모델인 1세대(102.3%), 2세대(93.1%)가 뒤를 이었다. 이는 1~2세대 초기 상품의 경우 수년간 보험료 상승분이 대거 누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40대 남성 기준 월평균 보험료는 1세대가 6만 6000원으로 가장 비싸고 4세대는 2만 2000원 선에 불과하다. 계약 1건당 지급되는 보험금 규모 역시 1세대가 74만원으로 대단히 높아 상대적으로 고령 가입자 및 구세대 상품에 재정적 부하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첫선을 보인 '5세대 실손보험'의 시장 안착을 적극 유도해 과도한 비급여 진료 유인을 억제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11월부터는 1세대와 초기 2세대 가입자를 대상으로 선택형 특약 가입 유도 및 계약재매입을 실시하는 한편, 보건당국과 협력해 도수치료의 건강보험 관리급여 편입 등 비급여 과잉 이용 방지를 위한 제도를 전방위적으로 정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