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황' 속 셀트리온 노조 출범… K바이오 성과급 갈등 확산


"R&D 위축 우려" vs "투명 보상 구축 계기"
노조 "불투명 성과급 산식 공개, 연봉 동의 시스템 개편"

셀트리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출범하며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바이오 업계로 번지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 양대산맥 중 하나인 셀트리온에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최근 전면 파업과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셀트리온까지 노조를 설립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이익 공유' 요구가 제약바이오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셀트리온지회(유니트리온)는 지난 1일 창립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2002년 셀트리온 창사 이후 첫 노조 설립이다.

이번 노조 출범은 회사의 실적 부진이나 구조조정 국면이 아닌, 역대급 호황기에 성과 배분 문제를 정조준해 일어났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450억원, 영업이익 3219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115.5%나 급증한 수치다.

노조는 "대한민국 바이오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지만, 밤낮없이 현장을 지킨 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자부심이라는 이름의 희생과 통보뿐이었다"며 "경영진이 약속한 '경쟁사를 뛰어넘는 대우'는 결국 타사 눈치만 보며 마지못해 쥐여주는 따라가기식 초과이익성과급(PS)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단순한 임금 총액 인상보다 △초과이익성과급(PS)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 △협상 중심의 임금 결정 체계 확립 △그룹웨어 서명을 강제하는 연봉 동의 시스템 전면 개편 등을 사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맞는 정규 인력 충원과 순환근무 체제 개선 등 생산 현장의 노동환경 개선도 주 요구 사안으로 올렸다.

사측은 이에 "노동조합 설립 권리를 존중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예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지난달 초 닷새간 전면 파업을 단행한 이후, 현재까지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으로 확보할 것과 지급 상한선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바이오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다 극적으로 타협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 노조가 기본급 7.1%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현대제철 노조 역시 지난해 대비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치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성과급 갈등이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건 K-바이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설비 투자가 중심인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과 달리,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연구개발(R&D) 실패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매년 매출의 11~15%를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와 글로벌 임상 비용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생산 인프라 증설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현재 눈앞에 보이는 영업이익 규모만으로 타 산업과 보상 체계를 일대일로 비교해 과도한 비용 부담이 지워진다면, 장기적인 R&D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사 갈등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기업의 외형 성장에 걸맞게 내부 조직 운영과 노무 시스템도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창업 초기의 속도 중심 문화와 '탑다운' 방식의 일방향적 소통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산 안정성과 품질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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