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유안타증권이 동양생명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금 일부를 공동 매도인들에게 돌려받기 위해 제기한 1300억원대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유안타증권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검토하고 있어, 10년 넘게 이어진 '육류담보대출' 악몽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최근 유안타증권이 VIG파트너스 관계자 등 14명을 상대로 제기한 1350억원 규모의 위법분배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같은 취지로 제기된 399억원 규모 소송도 함께 기각됐다.
이번 소송의 뿌리는 2015년 동양생명 매각 거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안타증권과 VIG파트너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은 보유 중이던 동양생명 지분 약 63%를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했다.
하지만 2016년 말 동양생명이 연루된 육류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체가 창고에 보관한 냉동 육류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담보물의 실재 여부와 가치가 허위로 부풀려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규모 금융사기로 번졌다.
안방보험은 매도인 측이 해당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2017년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2020년 매도인 측에 약 166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국내 법원에서도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 절차가 진행됐다.
문제는 손해배상금 지급 과정이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법원의 집행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안방보험 측이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강제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회사 특성상 자산 압류 등 집행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유안타증권은 공동 매도인들을 대신해 손해배상금과 이자, 소송비용 등을 포함한 총 1911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유안타증권은 해당 채무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 매도인 전체가 부담해야 할 의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자신이 먼저 지급한 금액 중 VIG파트너스 측이 부담해야 할 몫을 돌려받기 위해 구상권 행사에 나섰다.
유안타증권은 VIG파트너스 측이 동양생명 매각대금을 사모펀드(PEF)와 유한책임사원(LP)들에게 분배한 만큼 그 과정에서 지급된 유상감자대금과 배당금이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VIG파트너스 측 특수목적회사(SPC)가 지급한 유상감자대금과 배당금이 당시 기준으로 적법하게 집행됐다고 판단했다. 배당이 이뤄진 2015~2016년에는 안방보험과의 분쟁이나 손해배상 채무가 현실화되기 전이었던 만큼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유안타증권의 구상권 자체는 인정했다. 공동 채무를 대신 변제한 이상 다른 공동 채무자들에게 부담분을 청구할 권리는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미 적법하게 분배된 자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는 없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구상권은 인정했지만 실제 회수 통로는 막힌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항소를 통해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법원 판단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 판결문 분석 후 본 판결의 부당함을 상급심 법원에 적절히 설명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항소심 결과에 따라 공동 매도인 간 손해배상 책임 분담 기준과 사모펀드 분배금 반환 범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양생명 매각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육류담보대출 후폭풍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