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이력 삭제해도 알아요"...신용사면에도 2금융권 대출 '냉기류'


저축은행·신협, 신용사면 이후 여신 잔액 감소
새마을금고 증가폭 연간 4분의 1' 뚝'…상호금융 둔화 선명

지난해 10월 대규모 신용사면이 이뤄지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졌지만, 여전히 대출 시장에는 냉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지난해 10월 대규모 신용사면이 이뤄지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졌지만, 여전히 대출 시장에는 냉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자체 연체 이력을 관리하는 데다, 고금리·경기 부진으로 대출 수요 자체가 위축된 탓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저축은행 79곳이 취급한 여신 잔액은 280조448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사면 이전인 3분기(281조5610억원)와 비교하면 1조1130억원 감소했다. 지난 2024년 3분기 290조6236억원에서 4분기 291조9718억원으로 0.46% 증가했던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신용사면 이후 대출 수요가 늘어야 하지만 반대로 감소한 것이다.

신용협동조합의 대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 신협의 여신 잔액은 324조5038억원으로 3분기 326조5824억원보다 2조786억원 감소했다.

카드사 대출을 살펴 봐도 대출 수요 증가 흐름은 희미하다. 지난해 4분기말 기준 신용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카드론 누적 잔액은 42조3292억원으로, 3분기말 41조8375억원 대비 4917억원 늘었다. 지난 2024년 3분기에서 4분기 카드론 잔액이 7003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대환대출을 제외한 순수 카드론도 증가폭이 둔화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12억원 늘었는데 2024년 3~4분기 증가분인 6797억원에는 못 미치면서다. 카드론 잔액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 특수 영향일 뿐 신용사면 효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금서비스는 격차가 더 크다. 2024년 3~4분기 2813억원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537억원 오르는 데 그쳤다. 현금서비스는 카드론 대비 만기 도래 기간이 짧은 카드대출 상품이다. 중저신용 차주의 '급전 창구'로 활용된다.

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새마을금고의 합산 여신잔액은 549조3094억원으로 직전 분기(547조3364억원) 대비 1조9730억원 늘었다. 지난 2024년 3~4분기 7조3000억원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의 대출 잔액 지난 4분기 1234조3044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9조4808억원 늘었지만, 2024년 같은 기간 증가폭(1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신용사면과 무관하게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2금융권을 중심으론 신용사면이 부실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연체 이력이 지워지면 중저신용 차주가 2금융권 대출로 몰리면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서민 등 취약계층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코로나19와 고금리로 불가피하게 연체한 서민·소상공인이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을 삭제해 제도권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286만명이 신용사면을 받아 신용평점이 평균 102점 올랐다고 설명한다.

업계 전반적으로 신용평점 회복이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실제 여신 잔액이 늘려면 금융사의 심사 완화와 대출 수요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신용대출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신용사면만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신용사면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각 금융사가 신용정보원과 별개로 자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며, 연체 이력이 한 번이라도 있는 차주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서다. 연체 기록이 공공 신용정보에서 삭제돼도 금융사 내부 시스템에는 이력이 남아 있어, 한 번 연체 경험이 있는 차주에게 다시 자금을 내주는 데 금융사들이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차주 데이터 관리 방침은 업권별·금융사별로 다르다. 자체 시스템이 고도화된 대형사는 엄격히 관리하는 반면, 일부 소규모 금융사는 공공 신용정보 의존도가 높아 신용사면의 체감 효과가 금융사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 번 이자를 밀린 차주는 다시 또 밀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며 "신용사면 이후 차주들은 연체 이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겠지만,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회사는 차주의 연체 이력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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