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열어놓고 이제 와 경고?"…금융당국,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경고 '뒷북' 논란


상장 하루 만에 4~5% 급락…"불장 올라탄 개미들 혼란 커져"
금융위 "시장 매력 강화" 외쳤지만…정작 상장 직전엔 손실 경고

지난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 규제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상민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을 직접 허용·확대해놓고, 정작 상장 직전에는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 가능"이라며 투자주의보를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당국이 사실상 투기판을 열어놓고 뒤늦게 면피성 경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상장 첫날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였던 상품들이 하루 만에 4~5%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 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 기준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전 거래일 대비 3.73%(885원) 하락한 2만2810원에 거래됐다.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역시 4.48%(1245원) 떨어진 2만653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기반 상품들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TIGER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3.91%(825원) 내린 2만255원,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4.82%(1100원) 하락한 2만1730원에 거래됐다.

이 밖에도 'ACE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3.40%), 'ACE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4.38%), 'RISE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3.45%), 'RISE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3.83%), 'SOL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3.98%), 'PLUS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2.86%) 등 대부분 상품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은 상승했다.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는 삼성전자 약세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2.21%(415원) 오른 1만9210원에 거래됐다.

이는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67%(6만원) 하락한 218만3000원, 삼성전자는 0.98%(3000원) 내린 30만4000원에 거래됐다. 기초자산 변동폭이 확대되자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낙폭도 더 커진 셈이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전날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ETN 18개 상품은 상장 첫날부터 폭발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 일부 상품은 상장 물량 전체가 하루 동안 수차례 손바뀜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고, 평균 회전율은 200%를 웃돌았다.

특히 일부 상품은 회전율이 1000%를 넘어 사실상 초단기 단타 매매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상장 하루 만에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극단적인 변동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레버리지 상품뿐 아니라 기존 인버스 상품 구조에서도 이미 왜곡 우려가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특히 초강세장 장기화로 대표적인 곱버스 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호가 단위 구조에 따른 상품 왜곡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1원 단위 변동폭 자체가 실제 기초지수 추종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와 당국 모두 해당 구조를 인지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액면병합이나 구조 변경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정 변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존 인버스·레버리지 상품 구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일종목 초고위험 상품까지 무더기로 허용한 것을 두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논란은 금융당국의 상반된 메시지에서 더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 규제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당국은 홍콩 등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고, 이를 통해 자본시장 경쟁력과 환율 안정 효과까지 기대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작 상품 상장을 앞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시 가격제한폭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도 가능하다"며 투자 위험 경고문을 배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음의 복리 효과'와 해외 상장폐지 사례까지 직접 언급하며 사실상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당국이 자본시장 경쟁력과 환율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초고위험 상품 출시를 밀어붙여 놓고, 막상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뒤늦게 투자 책임만 개인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해외 사례를 들며 규제 완화를 추진할 때는 자본시장 경쟁력과 투자자 선택권을 강조했지만, 막상 출시 직전에는 최대 60%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며 "기존 인버스 ETF 구조 문제조차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허용한 것은 사실상 시장 과열을 방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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