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또다시 수장 경질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5·18민주화운동 폄하 문구 논란으로 손정현 대표가 물러나면서, 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 '발암물질 굿즈 사태'로 퇴진한 송호섭 전 대표에 이어 잔혹사가 되풀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형 성장에만 치우쳐 커피 전문점의 본질을 잃어버린 주객전도식 경영이 연이은 불명예퇴진을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타벅스의 외형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CK컴퍼니의 매출은 2023년 2조9295억원, 2024년 3조1001억원, 지난해 3조2380억원으로 견고하게 올랐다.
그러나 내실은 달랐다. 2021년 2393억원으로 정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730억원까지 떨어졌고, 한때 9%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4~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메가커피(3325개), 컴포즈커피(2649개) 등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로 매장당 평균 매출이 감소한 데다, 국제 원두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100% 직영점 구조에서 무리하게 매장을 늘리며 쌓인 고정비 부담이 치명타였다. 지난해 판관비 총액은 1조5639억원으로 전년(1조4362억원)보다 1277억원 늘었다. 매출 대비 판관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48.3%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처럼 비대해진 고정비 압박 속에서, 스타벅스가 3조원대 외형 유지를 위해 부차적인 마케팅 프로모션과 굿즈 드라이브에 매몰되면서 내부 검증 시스템에 과부하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과거 송 전 대표 시절에는 e-프리퀀시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의 품질 관리가 무너지며 발암물질 사태를 낳았다. 이에 손 전 대표가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국내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점을 방문해 '초심 경영'을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직원들에게 공유한 인사말을 통해서도 "하나씩 기본과 본질적 가치로 돌아가서 해결하자"며 초심인 커피와 스타벅스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가치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랬던 그의 체제에서도 매달 무리한 프로모션 속도전이 이어지면서 게이트키핑 기능이 마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실제로 지난해 말 겨울 e-프리퀀시 행사 당시 증정품 가습기 배터리 과열 화재로 전량 리콜을 겪은 데 이어 이번에는 마케팅 문구 스크리닝 시스템마저 무너졌다.
'탱크데이' 프로모션 경우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4단계 결재를 거쳤지만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했다고 한다. 과거 진행되던 법무팀 검증 프로세스도 마케팅 즉시성을 우선시한다는 이유로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달 쏟아지는 프로모션을 쳐내느라 사회적 혐오 표현을 걸러낼 최소한의 리스크 필터링이 마비된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을 단순 스타벅스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포화 시장 속에서 단기 트래픽을 끌어오기 위해 철마다 캐릭터 협업 굿즈와 한정판 마케팅을 남발하며 소비자의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빠르면 2~3주 만에 새로운 이벤트가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들은 커피 시장의 포화로 인해 굿즈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면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수단 중에 하나일 뿐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는 바뀔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를 위한 굿즈, 협업, 시즌 한정 상품 등 마케팅적 요소를 통해 커피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비자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방식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방문 동기와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 재방문을 만드는 것은 결국 브랜드의 기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굿즈 마케팅은 경쟁 우위 선점을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 경쟁 심화의 타개책이 될 수는 없다"며 "마케팅은 단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커피 맛이나 브랜드의 가치를 희석시키거나 훼손할 수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커피 전문점이 본질 대신 보여주기식 이벤트에만 매몰될 때 브랜드 가치의 치명적인 '자기잠식'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커피 시장은 제품 차별화보다 마케팅 이벤트로 단기 트래픽을 끌어오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굿즈와 한정 이벤트의 주기가 짧아질수록 이런 사고의 빈도는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벅스의 본래 포지셔닝은 여유로운 공간 경험이었지만 잦은 프로모션이 반복되면서 소비자가 매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혼잡, 대기, 이벤트 피로감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브랜드가 스스로 약속한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가 좋아서가 아닌 그냥 편해서로 바뀐다"며 "유형 지표(매출)는 유지되더라도 브랜드의 내적 체력은 극도로 약해진 상태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