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확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대형 악재가 공식화됐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연임에 명분을 더해가던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리더십이 내부통제 부실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유력하게 점쳐지던 윤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급격히 흔들리는 모양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최근 정례 회의에서 공개매수 업무를 담당한 NH투자증권 고위 임원과 지인 등 8명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관련자들에게 법정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증선위가 지난 2025년 7월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2호 사건으로, 당사자인 NH투자증권 임원은 지난 2023년부터 2024년 9월까지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 고위 임원이 배우자와 지인 등 타인의 차명계좌를 활용해 약 15개 상장사의 공개매수 정보를 사전에 매집했다가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다 보니 지배구조 안정화와 차기 사장 인선 사이에서 윤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의 발생 기간이 전임인 정영채 전 대표 시절부터 윤 대표의 임기(2024년 3월 취임)까지 걸쳐 있어 현 경영진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대형 금융사고나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전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을 전면 제한하는 강력한 연대책임 제도를 이행하며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윤 대표 역시 사장 직속 내부통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면서 '무관용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업계에서 보기 드문 조치를 발표하고 사전 예방과 관리 강화를 천명했으나, 정작 내부 핵심 임원의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일탈을 전혀 걸러내지 못하면서 이런 고강도 쇄신 약속과 통제 시스템이 모두 유명무실했다는 견해도 팽배하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 내부통제 부실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며 강력한 사법 조치와 처벌을 공언해 왔다. 증선위 측이 이번 사건을 두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 범죄"라며 법정 최고 수준의 제재를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NH투자증권은 사건 인지 즉시 해당 임원은 징계 면직 처리하고 이미 지급된 성과급과 퇴직금 등을 지급 중단하는 등 강력한 사후 조치를 단행하고, 임원 가족 명의 계좌 모니터링 확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또 향후 검찰 수사와 사법 절차에 적극 협조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이번 사고가 차기 사장 숏리스트 발표를 목전에 둔 대주주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의 고심을 깊어지게 만든 요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도덕성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강조한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 임추위가 내부통제 잔혹사를 끊어내지 못한 윤 대표의 연임을 강행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애초 NH투자증권은 임추위를 통해 지난 3월 윤 대표의 첫 2년 임기가 만료된 후 차기 사장 인선을 마무리 지어야 했으나, 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 측이 각자대표 체제로 지배구조 체제 전환을 제안하면서 사장 선임 안건을 전격 보류해 왔다.
이에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기존 윤 대표가 수장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아 수행하는 기형적인 직무대행 형태의 임시 체제를 지속해 왔다. 이 와중에 윤 대표의 임기 마지막 분기인 NH투자증권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고,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당기순이익 1조원대 진입과 더불어 압도적인 경영 성과를 증명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윤 대표의 연임 명분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분위기로 인지했다.
다만 이번에 불거진 핵심 임원의 대형 내부통제 사고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막판 가도에 발목을 잡으면서 기류가 급변하게 됐다. 전사적인 페널티 제도 도입과 사장 직속 TF 신설 등 공언이 무색할 만큼 고위 인사의 고질적인 차명 거래 일탈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경영진의 실책이자 정성 평가의 치명적인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NH투자증권 임추위는 늦어도 내달 초 안에 회의를 재개하고 대표 후보군 선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가동을 시작했으나 지배구조 개편 논의로 일정이 보류됐으며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각자대표 체제 전환이 확정돼 재가동 수순을 밟는 중이다.
임추위는 회의를 통해 기존 단독대표 기준의 후보군을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등 각자대표 체제에 맞춰 재정비하고 1차 후보군(롱리스트) 압축을 거쳐 최종 숏리스트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임추위가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향후 소집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각자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권 지배구조법 규제가 한층 강화된 시점에서 당국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대주주와 임추위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며 "윤 대표가 보여준 정량적 실적 성과가 뚜렷함에도 꼬리를 무는 사법 리스크와 내부통제 부실 혐의 탓에 최종 연임 낙점까지 셈법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