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600억 정책펀드 투입되는데…금융위, 업스테이지 '검토 문건'도 없다


내부 보고서·리스크 분석 전무…"사실상 깜깜이 심사"
다음 인수 기대감으로 투자 받고, 국민성장펀드 자금으로 인수 추진

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56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지만, 투자 검토 과정에서 별도 내부 검토 문건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위원회가 최근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총 56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지만, 정작 투자 검토 과정에서는 별도의 내부 검토 문건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업스테이지가 아직 인수가 완료되지 않은 포털 '다음(Daum)'의 이용자 기반과 사업 확장 가능성을 투자 심사 과정에서 제시한 데 이어, 이후 확보한 국민성장펀드 투자금을 사실상 '다음' 인수의 재무 기반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하면서 "정책성 자금이 미래 계획과 가정에 기반해 집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더팩트>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금융위에 업스테이지 투자와 관련한 사전 협의·보고 내용 일체를 질의한 결과,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추진단이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또는 기금운용심의회(기심회) 상정 안건에 대해 사전 협의는 하고 있으나 별도의 검토 문건은 작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검토 문건 존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의원실에 답변드린 것 이상으로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상훈 의원실은 금융위에 업스테이지 투자 관련 내부 검토 문건과 이메일, 보고서, 회의자료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의사결정이 금융권·산업현장 전문가 중심의 투심위와 국회·정부·유관기관 추천 인사들이 참여하는 기심회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추진단 차원의 별도 내부 검토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5600억원 투자에 대한 검증 책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대규모 정책금융 사업의 경우 사업성, 재무 안정성, 투자 회수 가능성, 산업 파급효과 등을 검토한 내부 보고서와 리스크 분석 자료가 남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세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정책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투자 검토 자료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깜깜이 심사'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열린 제7차 첨단전략산업기금운용심의회에서 '소버린 AI 생태계 육성'을 위한 업스테이지 직접투자 안건(의안 제24호)을 원안 가결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1000억원과 산업은행 300억원 등 총 13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자금이 포함됐으며, SK네트웍스·사제파트너스·우리벤처파트너스·미래에셋 등 민간 투자자 자금 4300억원이 더해져 총 5600억원 규모의 직접 지분 투자가 이뤄졌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개발한 AI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정부의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 스타트업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고, 최근에는 카카오로부터 포털 '다음' 인수를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다만 <더팩트>가 확보한 '제7차 첨단전략산업기금운용심의회 회의요지'에 따르면 심의 과정에서 업스테이지 측은 B2C 사업 확장 전략과 관련해 "현재 '다음' MAU(월간활성이용자수) 1400만명을 바탕으로 AI 구독형 서비스 매출과 포털 검색엔진 내 LLM 탑재를 통한 광고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심의가 열린 시점이 4월 30일로, 업스테이지가 '다음' 운영사 AXZ 인수를 공식 발표한 5월 7일보다 약 일주일 앞섰다는 점이다. 즉 업스테이지가 실제로 다음 인수를 확정하거나 플랫폼을 확보하기도 전에, 다음의 1400만 MAU를 기반으로 한 AI 구독형 서비스 및 광고 매출 확대 가능성이 투자 심사 과정에서 제시된 셈이다. 결국 투자 판단의 핵심 성장 논리 가운데 일부가 아직 성사되지 않은 미래 인수와 이후 사업 확장 시나리오를 전제로 구성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매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이어가며 수익성 검증 과제를 안은 가운데, 국민성장펀드 5600억원 투자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영주 기자

더욱이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앞서 '다음' 인수 자금 출처 관련 질문에 대해 "기존 시리즈C 1차 클로징 누적 투자금 약 4000억원에 더해 국민성장펀드 투자까지 확보하면서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음' 인수 기대효과를 근거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확보한 투자금을 다시 '다음' 인수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아직 실현되지 않은 사업 계획과 미래 매출 전망을 기반으로 정책성 자금을 유치하고, 이후 확보한 자금을 통해 해당 계획을 실행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민간 투자라면 가능할 수 있어도, 국민 세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정책금융에서는 보다 엄격한 검증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확보한 회의요지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업스테이지의 B2B 매출 구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 현황, B2C 사업 모델 등을 질의했고, 업스테이지 측은 "10억원 이상 매출처 30여개를 포함해 총 200여개 매출처를 보유하고 있다", "LLM 100B 모델 기준 GPU 4장으로 동시접속 30명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위원들은 업스테이지가 경쟁사인 클로드(Claude)를 기준으로 LLM 차별성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업스테이지의 재무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대규모 정책금융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업스테이지의 매출은 2022년 59억원, 2023년 46억원, 2024년 139억원, 2025년 248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각각 81억원, 189억원, 401억원, 304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은 확대됐지만 최근 4년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채 수백억원대 적자를 이어간 셈이다.

특히 2024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400억원을 넘어섰고, 2025년에도 300억원대 손실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확보보다 연구개발과 GPU 등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훨씬 큰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산업 특성상 선제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국민성장펀드가 이처럼 고위험 구조의 기업에 수천억원대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업스테이지는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베스팅 계약 논란과 맞물리며 정치권과 업계의 주목도 함께 받고 있다. 하 후보 측은 2021년 업스테이지와 '3년 거치·3년 분할' 방식의 베스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하 후보가 네이버에 재직 중이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및 겸직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확보한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심의회는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약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업스테이지 투자 안건은 '경영·영업상 비밀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비공개 심의가 이뤄졌다. 의사록에는 별도의 투자 검토 내용이나 찬반 토론 과정은 기재되지 않았고, "출석위원 만장일치로 의결됐다"는 결과만 담겼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성 자금이 아직 성사되지 않은 인수 계획과 미래 사업 확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입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최근 국민성장펀드의 대국민 판매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투자 검증과 사후 관리 체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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