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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금융그룹과 두나무의 동맹은 지분투자 발표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하나은행이 확보한 두나무 지분을 통해 실제 금융서비스와 수익모델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중 핵심은 외환,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자산관리다. 하나금융은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새 금융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외국환 역량, 하나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묶어 해외송금과 지급결제, 자산관리 영역에서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 연 4만건 송금, 기와체인 첫 실험대
첫 번째 승부처는 외환이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공동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 2월에는 기존 SWIFT 체계의 외화송금 서비스를 두나무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기술검증을 마쳤다. 기술검증 과정에서는 영지식증명 기반 프라이버시 프로토콜 '보자기'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금융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거래 검증이 가능한 구조를 시험한 셈이다.
실제 기업 거래를 통한 실효성 검증도 시작됐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지난 4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및 기업 간 자금이동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51개국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간 약 4만건의 해외송금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블록체인 송금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무역거래 자금 흐름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 해외송금은 송금 지시와 실제 자금 결제가 분리 처리되는 구조다. 국제금융통신망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개은행, 시차, 정산 지연, 수수료 부담이 발생한다. 하나금융과 두나무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은 송금 지시와 결제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처리 속도와 거래 투명성, 비용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할도 비교적 분명하다. 하나금융은 외국환 역량을 바탕으로 송금 관리와 자금 정산, 실제 지급 처리를 담당한다. 두나무는 기와체인을 통해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관리하는 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글로벌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실제 자금 흐름을 기반으로 사업 적용을 검증한다. 금융, 산업, 블록체인 기술이 각각 기능을 나눠 맡는 구조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외환 경쟁력을 디지털 인프라로 확장하는 의미가 크다. 하나금융은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27개 지역에 199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환과 글로벌 영업에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이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해외 법인과 본사 간 자금관리, 무역결제, 글로벌 공급망 내 지급결제 효율화 등 기업금융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
◆ "발행보다 생태계"…함영주의 스테이블코인 구상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과거 발언도 이번 투자와 맞물린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를 금융 패러다임 재편의 상징적 변화로 짚으며 "주어진 틀 안의 참여자에 머무르지 말고, 발행부터 유통·사용·환류까지 완결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시장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방향성은 더 구체화됐다. 함 회장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스테이블코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코인을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기회를 창출해낼 수 없고, 변화 흐름에서 새 규칙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의 핵심은 '발행'보다 '순환'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찍어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제와 송금, 정산, 환류까지 이어지는 사용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함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순환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해 활용처를 확보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손잡은 것도 이 구상과 연결된다. 두나무가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자산 플랫폼 운영 경험을 제공한다면, 하나금융은 외환·예금·지급결제·자금세탁방지 체계 등 제도권 금융 인프라를 맡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경우 은행은 준비자산 관리, 발행·상환 안정성, 고객확인의무, 이상거래 탐지 등 신뢰 기반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제도 설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는 은행이 컨소시엄 지분의 50%+1주 또는 51% 이상을 보유하는 방식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허용 등 구체적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한 상태다. 제도화 방향에 따라 하나금융과 두나무의 역할 분담, 사업화 속도, 수익모델도 달라질 수 있다.
◆ 디지털 WM 확장도 과제…핵심은 내부통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구축될 경우 자산관리 영역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펀드, 연금, 신탁 등 전통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디지털자산 투자자 기반과 플랫폼 운영 경험을 축적해왔다. 양측이 협업하면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조회, 투자정보 제공, 세무·상속·신탁 연계 서비스 등으로 자산관리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 보호 이슈가 민감하다. 금융회사가 디지털자산을 자산관리서비스에 편입하려면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위험고지, 고객자산 분리,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체계가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AML·KYC 관련 공동연구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도 중장기 과제다. 하나금융은 해외 네트워크를,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자산 플랫폼 역량을 갖고 있다. 양사는 해외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신사업 발굴, 제휴·투자, 기와체인 연계 서비스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지급결제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시장까지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두나무의 협력은 코인 거래소 지분투자보다 외환과 지급결제 인프라 쪽 의미가 더 크다"며 "함영주 회장이 올해 초부터 스테이블코인을 새 성장축으로 직접 언급해온 만큼 이번 투자는 단발성 제휴가 아니라 하나금융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