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5세대 실손…유인책 부재에 '공회전' 우려도


비급여 면책 설계사 '냉담'…판매 소극적
인센티브 적용 전 유인책 부재…관망세 지속

과잉진료와 손해율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손보업계가 5세대 실손보험을 공개했지만, 영업현장에선 냉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과잉진료와 손해율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손보업계가 5세대 실손보험을 공개했지만, 영업현장에선 냉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의 유인책이 떨어질뿐더러 수수료 수준도 높지 않은 만큼 위험을 떠안고 영업을 하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보험 계약전환 방안을 공개했다. 오는 11월부터 '선택형 할인 특약 제도'와 '계약전환 할인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1~4세대 실손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할 때 3년간 보험료를 50% 낮추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전환 가입자의 경우 기존 실손보험 대비 자기부담금이 높아지는 만큼 보험료 할인을 통해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5세대 실손보험료는 4세대 대비 30% 수준 낮췄으며 1·2세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중증 질환 보장 영역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의 담보 체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도 보장 대상에 포함하면서 저출생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주로 보장 확대보단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그러나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다. 5세대 실손의 보장 체계는 중증·비중증과 급여·비급여, 할증제 등이 더해졌다. 복잡한 보장구조 탓에 설계사들 또한 상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특히 기존에는 보상이 가능했던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항목 보장이 면책 처리되면서, 전환의 이점을 피력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전환 이후 발생하는 보장 공백과 민원도 부담이다. 6개월 내 철회 가능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기존 계약에서 보상했던 항목이 전환 후 적용되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민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손보험 특성상 수수료도 크지 않아 설계사로서는 애써 영업에 나설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 설계사는 "원수사에서는 판매하라고는 하는데, 혜택이 축소돼 나오다 보니 고객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라며 "결국 보험에 가입했을 때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무엇보다 수수료도 크지 않은 만큼 위험 부담을 안고 영업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현장의 냉기류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3세대 실손 출시 당시 금융당국이 '착한 실손'이란 이름을 내세워 전환을 독려했지만, 초반 실적은 저조했다. 마찬가지로 병원 방문 빈도가 낮아 보험료를 줄이려는 가입자 중심으로 전환이 이뤄졌고, 전환 직후 질병·사고가 발생한 가입자들은 높아진 자기부담금에 불만을 제기하며 민원이 잇따랐다는 설명이다.

이에 원수보험사도 적극적인 영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오는 11월 보험료 할인 적용 전까지는 뚜렷한 유인책이 없는 데다, 감독당국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 방식의 전환 유도는 반기지 않고 있어서다. 설계사를 중심으로 5세대 실손의 장점을 교육하고는 있지만,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긴 어려운 것이다.

재매입 방안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3년간 보험료 50% 할인이라는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업계가 원했던 전환 시나리오에서 엇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보업계는 비급여 진료 이용 비중이 높은 가입자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단순 보험료 할인 혜택은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가입자가 우선 이동하는 선에거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손해율 개선이 필요한 가입자는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다.

업계는 전환 유인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에 기존 세대 보험료 인상 한도 확대를 건의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규정상 실손보험료는 갱신 시 최대 25%까지만 올릴 수 있다. 또 실손보험이 물가지수에도 산정에 포함된다는 점도 공격적인 인상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은 비급여 보장을 누리면서도 보험료 방어가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당분간 손보업계는 내부 교육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환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론 손해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관망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전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존 실손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전환할 사람은 할인이 없어도 넘어온다. 5세대 실손의 성패는 계약전환에 달렸는데 현재로선 병원을 자주 찾는 고객이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며 "보험료 체계 조정을 포함한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전환할 사람은 할인이 없어도 넘어온다. 5세대 실손의 성패는 계약전환에 달렸는데 현재로선 병원을 자주 찾는 고객이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며 "보험료 체계 조정을 포함한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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