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핵심 서비스 중심으로 몸집 줄이기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실행형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한편,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해 조직 경량화와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최근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항소심이 본격 진행되면서, 회사의 주요 경영적 결정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의 1분기 회사 전체 매출액이 1조9412억원으로, 역대 1분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 중 카카오톡을 포함한 카카오의 플랫폼 부문 매출액은 1조1827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톡 광고가 금융 광고주 중심의 수요 확대로 메시지 발송량이 증가했고,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나는 등 외연적인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카카오톡 효과'를 확인한 카카오는 올해 본격적인 개편 작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의 메신저 중심의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붙여 상품 탐색부터 실제 구매까지 가능한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예고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1분기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질적인 성장을 실현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며 "기존 사업의 구조적인 성장 흐름을 발판 삼아 카카오는 이제 메신저를 넘어 5000만명의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카카오는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한 계열사 정리에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9월 142개에 달했던 계열 회사는 지난해 10월 99개로 줄어들며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현재 카카오의 연결 자회사 숫자는 93개 수준으로 줄었다.
카카오는 현재 라인야후 측 투자 법인인 LAAA인베스트먼트에 카카오게임즈 경영권을 넘기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차병원·바이오그룹 계열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에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을 넘겼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2대 주주다. 포털 '다음' 운영 자회사인 AXZ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지분을 넘긴다.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배 구조 단순화 작업을 실행해 오면서 연결 자회사를 93개까지 줄였고 게임 계열사 카카오게임즈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계열사는 87개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준호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헬스케어, 게임즈, 포털과 같은 비핵심 사업부를 적극적으로 매각해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의 개선이 뚜렷하게 확인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본업보다는 자회사 수익성 개선이 주요하다"고 짚었다.
이와 같이 카카오의 AI 기업 대전환과 조직 경량화 작업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리스크에 다시금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창업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카카오 그룹의 신사업 기획과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센터장 직함만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김 창업자가 2022년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도, 2023년 회사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며 그룹 내 컨트롤타워조직인 CA협의체 의장으로 복귀했을 때도 유지했던 직함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4-1부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 등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향후 재판 일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달 24일 항소심 첫 공판기일이 시작된다.
앞서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김 창업자와 카카오 측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현재 검찰 측과 카카오 측은 '시세조종' 여부에 대해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검찰 측은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이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였던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항소심을 제기했다. 김 창업자 측은 이러한 공모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일단락됐던 사법리스크가 항소심의 재개에 따라 다시 불이 붙는 만큼, 향후 그룹 경영 전반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창업자나 오너가 사법리스크에 연루되면, 기업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단기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김 창업자처럼) 창업자이자 대주주의 위치에 있는 경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인사나 투자 등에 완전히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그는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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