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세대중형위성 2호가 스페이스X 발사체를 타고 궤도에 오르면서 국내 우주항공 테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기대감으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이 '고점 편입'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세대중형위성 2호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오후 4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약 60분 뒤 고도 498㎞ 궤도에서 발사체와 정상 분리됐고, 오후 5시 15분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이후 해외 지상국과 5차례 추가 교신을 이어간 데 이어 오후 10시 18분에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도 교신이 이뤄졌다.
차세대중형위성 2호는 KAI가 개발을 총괄한 위성이다. KAI는 2015년 차세대중형위성 1호 사업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설계팀으로 참여해 기술이전을 받았고, 2018년부터 2호 개발을 독자 주관했다. 이번 발사는 KAI가 민간 주도로 중형급 지구관측위성 개발 역량을 축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증시의 관심은 KAI 한 종목의 단기 수혜보다 우주항공 테마 상품 전반의 수급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스페이스X 발사체에 한국 위성이 실렸다는 상징성에 더해, 스페이스X IPO 기대감이 국내 ETF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붙으면서다.
◆ 뭉칫돈 몰린 우주ETF…수익률은 나란히 하위권
최근 국내 ETF 시장에서는 우주항공 상품으로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TIGER 미국우주테크'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246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주식형 ETF 자금 유입액 4위에 올랐다. 스페이스X가 상장할 경우 최대 25%까지 편입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지면서, 스페이스X IPO에 선제적으로 올라타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돈이 몰린 상품의 성과는 오히려 가장 부진했다. 최근 1주일 수익률 하위 ETF 1위부터 4위까지를 우주항공 테마 ETF가 모두 차지했다. 특히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던 TIGER 미국우주테크는 13.37%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9.54%), 'SOL 미국우주항공TOP10'(-9.06%), 'KODEX 미국우주항공'(-8.71%) 순으로 약세를 보였다.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을 타고 자금은 들어왔지만, 정작 상품 가격은 하락한 셈이다.
이 같은 엇박자는 '스페이스X를 미리 사는 상품'이라는 기대와 실제 보유 종목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스페이스X는 아직 비상장사인 만큼 현재 국내 상장 ETF들은 로켓랩, AST스페이스모바일, 레드와이어, 파이어플라이 등 민간 우주기업과 위성통신·항공우주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스페이스X라는 이름이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지만, 단기 수익률은 실제 편입된 뉴스페이스 종목들의 주가 흐름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TIGER 미국우주테크처럼 민간 우주기업 비중을 높인 상품일수록 변동성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기존 우주항공 ETF가 항공·방산 대형주를 함께 담아 안정성을 보완했다면, 최근 출시된 상품들은 민간 우주기업 비중을 높여 테마 순도를 끌어올렸다. 실제 TIGER 미국우주테크는 지난달 29일 기준 레드와이어 비중이 13.8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와이어는 시가총액이 20억달러를 밑도는 소형주로, 이 같은 구성은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이 우주항공 ETF 흥행의 핵심 동력이 된 것은 맞지만, 현재 ETF가 곧바로 스페이스X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라는 이름보다 실제 구성 종목과 편입 비중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변수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다. 스페이스X는 오는 6월 IPO 로드쇼를 시작하고, 750억달러 조달과 최대 1조7500억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페이스X가 실제 상장되더라도 국내 ETF가 공모 단계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모 물량 확보가 제한될 경우 ETF는 상장 이후 장내에서 스페이스X 주식을 편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장 초기 과열 가격을 떠안을 경우 스페이스X 편입이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게 고점 매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상장 초반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 편입 시점과 가격이 ETF 수익률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테마형 ETF는 산업 전망이 밝더라도 매수 시점이 늦으면 변동성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