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 프로세스 등을 감시하기 위해 시행한 현장검사가 재개된다. 지난해 대형 PEF 운용사를 현장검사한 당국의 칼날이 올해는 중견 하우스까지 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전반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 금감원 검사 칼날, 올해 첫 타자는 VIG파트너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투자검사3국은 최근 서울 중구 VIG파트너스 본사에 검사 인력을 투입해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이번 검사는 운용사의 투자 프로세스, 법규 준수 여부, 내부통제 시스템 적정성 등 운용 전반을 들여다보는 수시 검사 성격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번 행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PEF 운용사 감독 강화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 사태 등을 계기로 PEF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연간 5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중견 하우스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잇따라 현장검사를 받았다.
업계의 시선은 앞선 검사들에 대한 사후 처분에 따라 올해 PEF 대상 현장검사 성격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향한다. 현재 금감원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불건전 영업행위 등 혐의로 직무 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하고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 중이다. 사안의 복잡성과 정무적 판단 등이 겹치며 최종 수위 확정이 지연되고 있으나, 이 결과가 향후 PEF 업계의 징계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VIG파트너스 검사 역시 단순 점검을 넘어선 고강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의 올해 첫 타깃이 된 VIG파트너스가 최근 공격적인 투자와 회수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PEF 운용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미용의료기기 기업 비올을 인수하고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까지 품으면서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로 사업 보폭을 넓혔다.
회수 시장에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를 웅진그룹에 약 8829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원금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대형 딜을 연달아 성사한 PEF 운용사인 만큼 당국도 신규 펀드 조성이나 엑시트 과정에서 자금 흐름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 한앤코, PEF협의회 탈퇴…사업 다각화 독자 노선 걷나
국내 최대 PEF 중 한 곳인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최근 사모펀드협의회(PEF협의회)를 전격 탈퇴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 운용사의 이탈로 업계 구심력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사업 다각화와 대외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최근 PEF협의회에 탈퇴 의사를 전달하고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앤코가 MBK파트너스와 함께 국내 사모펀드 시장을 이끄는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이탈이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한앤코의 이번 행보를 투자 전략 다각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한앤코는 이미 올해 초 별도 자산운용 법인인 에이치캠(HCAM)을 설립해 전통 기업 경영권 투자 이외의 영역으로 사업 보폭을 넓혔다. 종합 자산운용사로서 외연 확장을 꾀하는 시점에서, 특정 섹터에 한정된 협의체 활동보다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상급 기관과 소통을 강화해 대외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한앤코의 탈퇴 배경으로 PEF협의회의 사단법인 전환에 따른 연회비 인상과 정책적 실효성 문제를 꼽는 견해도 있다. PEF협의회가 정식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며 회원사의 운용자산(AUM) 규모에 비례해 연회비를 인상하는 등 조직 강화를 추진하면서, 한앤코 측이 단체행동이나 비용 증액 대비 기대할 수 있는 정책적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앤코는 PEF협의회 출범 초기부터 간사단 등 집행위원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명목상 지위만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형 운용사로서 독자적 네트워크와 대관 역량을 갖춰놓은 입장에서는 중소형사 중심의 정책 현안이 논의되는 협의체 머물기보다, 제도권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는 편이 사업 전개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엿보인다.
실제로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PEF 업계 최초로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앤코의 주요 포트폴리오업체 중 한 곳인 남양유업이 베트남 유통사인 푸타이홀딩스와 3년간 총 700억원 규모의 산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업계에서는 규제 대응을 위해 결집해야 할 시기에 대형사의 이탈이 협의회 내부적으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PEF협의회가 핵심 회원사를 잃게 되면서 향후 정책 제안 등 과정에서 다소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전통적인 바이아웃을 넘어 투자 전략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이를 위해 초기 단계지만 별도의 자산운용사 설립까지 시야에 두고 있는 만큼, 사업 확장 측면에서 기존 협의체보다 금융투자협회를 통한 대외 의견 개진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도 "당국의 PEF 규제 압박이 거세지는 시점에서 대형사 이탈에 따른 협의회의 협상력과 결집력 약화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