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도매상을 줄인 대웅제약 거점도매로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진 일부 약사들이 대체조제를 시행하고 성분명 처방 법제화 요구에 나섰다.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이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거점도매로 일부 약사들이 의약품 수급이 불안해졌다며 대체조제에 나섰다. 환자들에 적시 조제를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성분명 처방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3월 1일부터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특정 유통업체를 거점도매 업체로 지정해 의약품을 집중 공급하는 블록형 거점도매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40여개 의약품 유통업체와 거래했던 것을 2월말 계약 해지하고 5개 업체로 줄였다.
한종수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 위원장은 "대웅제약이 유통업체를 일방적으로 줄이면서 거점업체와 거래하던 곳이 아닌 약사들은 대웅제약 의약품 수급이 불안해졌다"며 "환자에게 적시에 조제를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일부 약국은 대웅제약 의약품 대체조제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체조제는 약사가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 동의를 받아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을 성분·함량·제형 등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약준모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약국 678곳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6.9%가 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중 58.6%는 품절 및 재고 부족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약사들은 거점도매 방식에 따른 품절·재고 부족으로 당일 투약 불가, 품절로 인한 환자 이탈 등 환자와 약국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점도매 업체와 새로 거래하려면 기존 거래 업체와 진행하던 도매 규모를 줄여야 하고 도매 조건도 바뀌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에서 대웅제약 거점도매에 대응해 대체조제를 예정하거나 진행중이라고 답변한 약사 비율이 19.3%(131명)였다.
대한약사회와 약준모 등 약사들은 근본적으로 성분명 처방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은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제품명을 처방전에 기재하는 '제품명 처방'이 일반적이다. 성분명 처방제 부재로 의사 허락을 구해야 하는 대체조제에 한계가 있다. 약사들은 제약사가 의사에게 특정약 처방을 유도하면서 의약품 공급 유연성을 저해하고 약국의 도매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와 약준모 관계자 모두 "대웅제약 거점도매로 약국 현장에서 의약품 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가 약을 지정하지 않는 성분명 처방 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 단체 반발이 거센 부분이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처방전에 의약품 이름 대신 성분명을 기재해 의약품이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지만 의사 단체 반대로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 의약품 유통기업들은 대웅제약이 수십년간 거래하던 기존 계약업체들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피해가 발생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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