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IBK기업은행이 베트남에서 9년 만에 현지법인 본인가를 따내며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할 금융 거점을 확보했다. 이번 인가는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기간 나온 금융 분야 성과로, 단순한 해외 점포 확대를 넘어 정책금융이 현지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따라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본인가 획득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현지 진출 기업의 자금·결제·외환 수요를 얼마나 촘촘히 흡수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베트남 중앙은행(SBV)으로부터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본인가를 취득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3일 베트남 현지에서 열린 한·베 금융협력포럼에서 본인가증을 받았고, 오는 10월 공식 출범을 목표로 영업 개시 준비에 들어갔다. 기업은행은 출범 이후 주요 공단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금융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본인가는 약 9년에 걸친 인가 절차 끝에 나온 결과다. 기업은행은 특히 2017년 이후 은행 현지법인 신규 인가가 사실상 중단됐던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단독 현지법인 설립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조가 본인가 취득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인가의 핵심은 기업은행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정책적으로 수행하는 은행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현지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든든한 거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6% 이상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고, 현재 1만개가 넘는 한국 기업과 40개 금융회사가 진출한 핵심 파트너라고 밝혔다. 즉 이번 본인가는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 가운데서도 특히 자금 조달력과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금융 인프라를 현지에 직접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행이 베트남에서 맡게 될 역할도 분명하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공장을 세우고 원부자재를 조달하고 수출대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운영자금 대출과 무역금융, 외환, 지급결제 등 금융 수요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한국 기업의 핵심 생산거점이자 교역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본인가는 단순한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넘어 한국 기업의 현지 사업 기반을 금융으로 떠받치는 성격이 짙다.
최근 한·베트남 간 금융협력도 이런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결제원과 베트남 국가결제공사(NAPAS)는 이번 순방 기간 QR 결제 연동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은 연내 서비스가 시작되면 국내에서 쓰던 결제 앱을 베트남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 본인가와 QR 결제 연동은 각각 기업금융과 소매 결제라는 영역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금융 서비스의 현지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베트남은 성장성이 큰 시장이지만 외국계 금융사 경쟁이 치열하고, 현지 규제와 인허가 환경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기업은행이 주요 공단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현지 진출 중소기업의 금융 수요를 얼마나 정밀하게 흡수하느냐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번 본인가는 한국계 정책금융기관의 베트남 확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정책금융기관이 현지 진출 문턱을 넘은 만큼, 관심은 기업은행이 베트남법인을 단순 해외 점포가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과 수출을 떠받치는 실질적인 '생산적 금융' 거점으로 키울 수 있느냐에 쏠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짧은 업력 등으로 현지 은행과의 금융거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애로사항으로 꼽힌다"며 "공단지역 중심 네트워크 확충을 통한 현지 진출로 한국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