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다음 달 9일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소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의도한 매물 출회에 따른 수급 해소 효과가 '한강벨트' 지역에서는 작동하고 있는 반면, 강남 등 핵심 지역은 매물만 쌓일 뿐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27일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교차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한강벨트 7개구(성동·마포·광진·영등포·동작·양천·강동)의 매물 흡수율은 36.9%를 기록했다. 이는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핵심 4구의 흡수율인 16.6%보다 2.2배 높다.
한강벨트의 경우 새 매물 10건 중 약 3.7건이 팔려나간 반면, 핵심 4구는 1.7건이 팔리는 데 그친 셈이다. 앞선 2월에도 두 권역의 격차는 2.1배(한강벨트 24.9%·핵심 4구 11.7%)였으나 3월 들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매물 흡수율은 해당 기간 시장에 새로 나온 매물 중 실제 거래된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의 매물 유도 정책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수급 해소로 연결됐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2월 한 달간 두 권역에 새로 올라온 매물량은 약 5500~5600건으로 비슷했으나, 실제 체결된 거래는 한강벨트가 2배 이상 많았다. 실제 정책 효과를 받아낸 곳은 한강벨트였다는 의미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온도 차는 더욱 명확하다. 3월 흡수율 상위 5개 지역 중 4곳이 한강벨트 지역이었다. 양천구가 54.4%로 가장 높았으며, 영등포(50.7%), 마포(46.3%), 동작(44.0%)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양천구는 새로 나온 매물 10건 중 5.4건이 당월에 곧바로 거래됐다.
반면 강남권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강남구의 3월 흡수율은 13.7%에 머물렀고, 서초구는 7.3%로 분석 대상 11개 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초구는 2월(7.5%)보다도 흡수율이 하락하며 새 매물이 갈수록 팔리지 않는 양상을 보였다.
매물 흡수율 격차는 두 지역 간 가격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벨트 구축 아파트는 중위 가격이 10억~13억원대로 형성돼 있어, 이러한 대출 규제의 영향권을 비껴간 실수요층이 적극적으로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반면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는 30억~40억 원대에 달해 매수자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해야만 진입이 가능하다.
즉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고 규제 압박이 덜한 한강벨트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에 따른 매물 출회 정책이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는 정책 효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초고가 시장인 강남권은 금융 규제와 실거주 의무에 가로막혀 매물만 쌓이는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 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 등으로 공급 물량은 늘었지만, 대출 및 실거주 규제가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며 "5월 9일 이후 정부의 보유세 개편이나 추가 규제 시그널 여부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매물 소진에 박차를 가할지, 아니면 매물 회수 후 장기 보유로 선회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