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 속 복병 된 노조 파업…삼성전자 주가 흔들리나


"노조 파업 시 하루 1조 손실 예상"…보이는 비용 경고
주주 vs 노조 맞불 집회…갈등 격화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팽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삼성전자가 세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라는 '비재무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주가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라는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 투자심리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0시 27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80%(1750원) 오른 22만1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30일 예정된 1분기 세부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 콜을 앞두고 관망 심리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일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오는 30일에는 DS(반도체) 부문과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세부 실적을 공개하고, 다음 분기 전망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콘퍼런스 콜에서는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한 노조 관련 사측의 입장과 대응 전략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평택사업장에서 약 4만명 규모의 결의대회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음 달 2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파업 계획을 발표하는 집회도 예정돼 있으며, 주주단체 역시 맞불 집회를 예고하면서 갈등은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파업이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파업 현실화 시 공장 가동 차질로 인한 손실이 분당 수십억원, 하루 약 1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으며,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파업이 과거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4년 7월 파업 당시 참여 인원이 전체 노조원의 약 15% 수준에 그치며 시장 충격이 제한적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5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참여율이 30~40% 수준으로 확대돼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 놓인 설치물. /뉴시스

이어 "파업이 현실화하면 메모리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 심화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18일간 파업이 지속되면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 정상화까지 2~3주가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과 평택·화성 사업장의 생산 비중을 고려할 때 글로벌 공급 차질은 D램 3~4%, 낸드 2~3%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생산 손실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 안정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고 있는 만큼, 파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TSMC 등 경쟁사로의 거래선 이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AMD는 공급망 안정성을 ESG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있으며, NVIDIA 역시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을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신뢰 훼손, 공급망 재편, 핵심 인재 이탈, AI 반도체 경쟁에서의 기회비용 상실 등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파업이 1700여 개에 달하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하나당 약 3만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동 차질 시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송 교수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면서 "엔비디아,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짚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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