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의 전원믹스가 시험대에 올랐다.
기후부는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국민 정책토론회’에서 2040년 전력 소비량이 최대 694.1TWh에 달한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 11차 전기본 대비 11%(624.5TWh) 늘어난 수치다.
AI 확산을 반영한 상향 시나리오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실제 전력 수요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변수다. AI 수요를 어떤 전원으로 감당할지가 관건인데,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활용 사이에서 정부의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탄소중립(NDC 등)과 에너지 안보(중동전쟁 공급망 리스크)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계통’도 문제다. 전력을 생산해도 수도권 등 수요지로 보내는 송전망이 부족하다. 주다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현재는 계통이 막혀 있어 신규 설비가 들어와도 전력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단순히 설비 목표를 늘리는 것보다 계통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비를 늘리는 것보다 실제로 얼마나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중요한데, 계통 제약과 출력제어 문제로 발전량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2030년 발전량 비중 20%는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비 규모도 100GW로 확대한다. 지표누리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약 11.4%를 차지하고 있다.
AI 전력 수요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전망이 다소 ‘낙관적’으로 설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번 수요 전망이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된 측면이 있다"며 "이 경우 원전이 들어갈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설비는 여유 있게 확보해야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있다"며 "전력 소비는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이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12차 전기본에는 전력시장 개편 방향과 제도 정비 방안이 함께 담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 이후 재생에너지 지원 방식이 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재생에너지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차액계약(CfD)과 같이 안정적인 수익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등 정책 방향이 확실하지 않으면 민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확대 여부도 한미 원자력 협정 협상과 맞물린 사안으로 주목도가 높다. 원전 규모가 커질수록 핵연료 수요와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근거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필요성을 제시할 수 있어 협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전력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과 계통 제약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전원믹스 결정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번 12차 전기본이 사실상 1차 전기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AI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전력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에너지믹스 방향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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