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가 6400 고지마저 점령하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후 5000선까지 밀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아닌 예측 가능한 상수로 봐야 할 때라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2% 오른 6388.47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는 6404.03으로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운 결과다. 23일 장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다소 몰리면서 오전 11시 기준 전날보다 0.54% 내린 6353.83에 거래되고 있으나, 보합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말 외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어 6300선을 한 차례 돌파한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3월 중동 전쟁 발발로 한 달간 20%가량 내리면서 5000선 초반까지 급락했으나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고지에 다시 올라선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분위기가 반전된 핵심 배경으로 악재에 대한 시장의 반응 변화를 꼽는다. 3월의 폭락은 중동 전면전 확산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망 마비 등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 기인했으나 4월 들어서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지정학적 위기가 관리 가능한 영역에 들어왔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해석이다.
치솟은 유가와 환율이 각각 배럴당 100달러와 1400원대에서 횡보하며 추가 급등세가 진정된 점도 투자 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기대만큼 빨리 끝나지 않더라도 에너지 다변화 측면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섹터별 강세도 눈길을 끈다. 지수를 6400선까지 밀어 올린 실질적인 동력은 코스피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압도적인 실적에서 비롯된다는 견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에 달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처음으로 주당 120만원을 돌파하는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전쟁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3월에 기록적인 매도를 보인 외인의 복귀가 힘을 더하고 있다. 4월 들어 외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약 5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 중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방산, 기계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종목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증시에 이미 반영된 기본값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돌발 악재가 아닌 계산 가능한 범위 내 리스크로 치부되면서 하방 압력에 대한 경직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를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최대 8000선까지 상향 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리스크의 상수화가 변동성의 완전한 제거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3월 주가가 급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으며 다시 단 기간에 급격히 오른 만큼 피로감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 노이즈가 상존하는 가운데 연속적인 랠리에 따른 단기 피로감 등으로 일시적인 차익실현 물량을 소화하면서 업종 순환매 장세를 보인다. 반도체, 방산 등 주도주는 연간 전체 이익 컨센서스가 상향되는 만큼 비중 확대를 유지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4월 이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변화율에 비해 2분기 변화율이 호전되고 있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