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우려에 눌렸던 2차전지 업종이 고유가 여파를 타고 반등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완성차와의 대형 수주,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전망, 양극재 수출 회복 신호가 맞물리며 낙폭 과대 인식에 따른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19.89%(10만7000원) 급등한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독일 완성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지난 20일 벤츠와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하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추진 중인 글로벌 완성차와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단순 수주를 넘어 중장기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 기대를 동시에 자극했다는 평가다. 특히 고부가가치 배터리 공급 확대는 향후 마진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계약은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을 영빈관으로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최근 유럽을 방문해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을 이어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톱다운 수주'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며 삼성SDI의 글로벌 경쟁력이 재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재 업종에서도 반등 흐름이 뚜렷하다. 엘앤에프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고가 흐름을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엘앤에프의 1분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15% 증가한 7114억원, 영업이익은 7% 감소한 771억원으로 컨센서스(586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중심의 전기차 수요 둔화 구간에서도 견조한 핵심 고객사를 기반으로 올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27% 증가할 것"이라며 "리튬 가격 강세에 따른 우호적 환경 속에서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이익 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황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국내 양극재 수출액은 4억6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고, 수출량도 1만9000톤으로 12% 늘었다"며 "수출 단가는 ㎏당 24달러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1분기 전체 기준으로도 수출량은 4만9000톤으로 전분기 대비 8% 증가했고, 수출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양극재 수출 단가가 24달러 안팎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탄산리튬 가격도 ㎏당 20달러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리튬 가격 상승분이 2분기 판가에 반영되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형 배터리 및 소재주 전반으로 매수세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같은 날 각각 10%, 8% 이상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시가총액 상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나란히 4%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이어졌던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이 점차 마무리되며 업황이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고유가 환경이 전기차 및 2차전지 수요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 1∼2월 대비 견조한 3월 미국·중국 전기차 판매량과 ESS 가치사슬로 인해 2차전지주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